냉소적인 김무비 역, 동갑 최우식과 호흡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여전"

강주희 기자 = 배우 박보영(35)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의외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2015), 폐허가 된 도시에서 사투를 벌이는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조명가게'(2024)까지. 그간 연기해온 사랑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이번에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캐릭터를 선택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부릴 때였다"며 "감사하게도 연이 닿았고, 좀 더 성숙하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보영 새 작품 넷플릭스 시맂 '멜로무비'는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을 되어주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박보영은 자신보다 영화가 더 소중한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영화감독이 되는 김무비 역을 맡았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마음을 열지 않은 냉소적인 인물이다.
그러다 우연히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단역 배우 고겸(최우식)과 얽히게 되고,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며 말을 거는 고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박보영은 "이 작품은 사랑 이야기이자 청춘들의 성장 이야기"라며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까지 조명하는 섬세함과 성숙함이 좋았다"고 말했다.
극중 김무비의 대사엔 가시가 있지만 곱씹어보면 담백하고 어딘가 따뜻하기까지 하다. 박보영은 작품을 집필한 이나은 작가의 대본을 떠올리며 "현실적인 사랑과 청춘들의 이야기를 참 잘 다룬다"며 "멜로가 주인 것 같으면서도 각자의 아픔을 대면하고 성장하는 부분을 잘 그린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특히 모녀 간 대화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엄마에 대한 사랑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데 엄마와 마주하며 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는 좋은 마무리였다. '모녀 사이에 거짓말은 습관이자 필수'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배우 최우식과 호흡은 어땠을까. 박보영은 "너무 좋은 동료 친구"라며 "닮은 지점도 많았고 너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빨리 친해졌다"고 했다. "순발력과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요. 장난기도 많아서 고겸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몸도 잘 쓰는데 그런 부분에서 질투가 날 정도였어요."
2006년 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박보영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힘쎈 여자 도봉순'(2017),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영화 '과속스캔들'(2008), '늑대소년'(2012), '너의 결혼식'(2013)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올해 상반기에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한다.
연기 인생 20년차를 앞두고 있는 박보영은 여전히 보여줄 새로운 얼굴이 많다. 그간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사랑을 받았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여전하다. "배우로 제2막은 이미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걸 시도하고 보여주고 싶은 욕심입니다. 다만 극에서 악독한 얼굴을 보여주더라도 정의로운 마음이 밑바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