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 수출 경쟁력 인위적으로 높여"
5일 전세계 10% 발효…한국은 9일 25%로

이윤희 특파원, 이혜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관세가 50% 수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한국 등 주요 무역적자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10% 기본관세도 적용하기로 했다. 일부 국가들이 보복대응에 나설 경우엔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들고 설명한 상호관세 자료에는 주요국가들의 대미관세와, 미국이 산정한 '할인된 상호관세'가 나란히 적혔다.
7번째에 이름을 올린 한국은 미국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는 것으로 돼 있다.
25% 관세는 중국(34%), 베트남(46%), 대만(32%), 인도(26%), 태국(36%), 스위스(31%), 인도네시아(32%) 등보다는 낮다. 반면 유렵연합(EU·20%), 일본(24%), 영국(10%), 브라질(10%), 이스라엘(17%), 호주(10%) 등보다는 높다.
한미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FTA 재협상을 진행했고, 대부분 품목에서 실질관세가 0%에 가깝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관세가 50% 수준이라고 보고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해방 일"이라며 연설을 시작해 "미국과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착취당해왔지만 더이상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우리에게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그보다 훨씬 높은 2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인도는 7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과 일본 등은 아마도 최악의 비금전적 규제조치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캐나다, EU, 호주, 중국 등의 고율관세 또는 무역장벽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50%, 사실은 50~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의회 연설에서 이미 한국이 미국보다 네배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국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 당국자들이 연이어 워싱턴DC를 찾아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미국을 설득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중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여러나라들은 자국민 내수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했다"며 "이러한 정책에는 역진적 세금 체계, 환경 파괴에 대한 낮거나 집행되지 않는 벌금, 생산성에 비해 노동자 임금을 억제하는 정책 등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한국과 일본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직면해있다"면서 "이러한 비호혜적 관행 때문에 미국 자동차 산업은 일본으로의 연간 135억달러의 추가 수출과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잃는다. 그러는 동안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2019년에서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관세 정책은 한국 등 주요 무역적자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겨냥했다.
그는 "우리는 최소 10%의 기본관세(baseline tariff)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것처럼 전세계를 대상으로 10% 보편관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관세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대상이 아닌 모든 수입품에 적용되며, 오는 5일 오전 0시1분부터 발효된다.
한국 등 추가로 상호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은 오는 9일 오전 0시1분부터 관세율이 높아진다. 예를들어 한국은 5일부터 10% 관세율을 적용받고, 9일부터는 15%포인트가 오른 25% 관세를 부과받을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기본관세와 상호관세는 기존에 발표한 품목별 관세, 캐나다·멕시코 대상 관세와는 중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발효했고, 오는 3일부터는 자동차와 일부 부품에도 25% 관세를 적용키로했다.
아울러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서도 향후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국경 안보와 펜타닐 유입을 이유로 이미 25% 관세를 발표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 공세가 전세계 곳곳에서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과 EU는 부당한 관세에는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