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건은 결론 엇갈려…이진숙·한덕수 탄핵 심판 선고
결론 같되 별개 의견…마은혁 권한쟁의·최재해 탄핵

김정현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를 24시간도 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과거 재판관들의 엇갈렸던 판단에도 관심이 모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8인 체제가 구성된 지난 1월 이후 재판관들은 주요 결정 10건 중 2건에서 엇갈린 결론을 내놨고, 다른 2건은 결론을 일치했으나 일부 재판관들이 쟁점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별개 의견을 내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월 23일 선고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건이다. 4명은 기각, 4명은 인용 등 반으로 갈렸고 파면 정족수 6명에 이르지 못해 기각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5인 위원 제도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안건을 의결한 행위의 위법성이었다.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방통위 심의·의결과 관련해 이 위원장의 헌법·법률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 3인은 위원 2인 간에도 의견 교환이 가능하고, 위원 추천과 임명 불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성실의무' 위반이 우려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2인 체제' 하에서의 의결이 방통위법을 위반했으며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엇갈린 주요 결정은 가장 최근 있었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다. 헌재는 지난달 24일 재판관 5명은 기각, 2명은 각하, 1명은 인용으로 청구를 기각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국회가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정족수를 151석으로 삼은 게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심판청구 절차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낸 이유다.

다른 6명은 의결정족수(151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본안 판단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정계선·조한창·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한 쟁점이 문제였다. 문형배 권한대행과 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상 작위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김복형 재판관은 의견을 달리했다.
김 재판관은 국회가 추천할 재판관을 선별 없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판단했으나, 임명 시점에 대해서 '즉시'가 아니라 '상당한 기간 내'라 해석하면서 한 총리가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관 임명 보류의 위헌 여부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 5명의 재판관은 한 총리의 파면 문제에서 또 엇갈렸다. 문형배 권한대행과 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국정공백과 정치적 혼란을 들어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중대한 사유로 판단했고, 특별검사 후보 추천 의뢰를 미룬 점에 대해서도 함께 파면 사유로 들어 홀로 인용 의견을 냈다.
다만 재판관들은 8인 체제 구성 이후 다른 6건의 주요 사건에서는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지난 1월 23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17조 3항(가입선동 부분 합헌, 가입권유 부분 각하) ▲의료법 43조 1항(정신병원의 한의과 추가 설치·운영, 헌법불합치) 헌법소원 심판에 만장일치 결론을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문제삼아 냈던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는 위헌·위법하다며 만장일치로 지난 2월 27일 인용 결정했다. 별개 의견은 없었다.

같은 날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행위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선고할 때도 전원일치 인용 결정했다. 마 후보자의 지위확인 청구는 '8대 0' 각하였다.
다만 마 후보자 관련 권한쟁의 선고에서는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3명이 별개 의견을 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청구한 점 자체는 적법하지 않았으나, 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점을 '추인'이라고 해석해 인용에는 동의했다.
헌재는 지난달 13일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총 4건의 탄핵심판을 만장일치로 모두 기각 결정했다.
다만 최 원장의 경우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최 원장의 전자문서 시스템 변경, 회의록 열람 거부,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하려 한 것이 위법하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취지의 별개 의견을 냈다.
각 선고별 의견 일치 정도를 살펴보면, 이미선·정정미 두 재판관 그리고 정형식·조한창 두 재판관은 10번의 선고에서 모두 같은 의견을 냈다.
김복형 재판관은 정형식·조한창 두 재판관과 9건의 선고에서 의견을 같이 하다 한 총리 사건에서 기각·각하로 각각 갈렸다. 정계선 재판관은 이미선·정정미 재판관과 의견이 같았으나 한 총리 사건에서 인용·기각으로 갈렸다.
일각에서는 재판관의 임명권자와 최근 주요 결정의 의견 일치도를 놓고 정치적 성향에 따른 판단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지나치게 틀에 맞추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재판관 6인 이상이 인용 결정을 내놔야 파면 결정이 가능하다. 8대 0, 7대 1, 6대 2와 같은 예에 해당한다. 다만 의견이 더 크게 엇갈리면 탄핵소추가 기각된다. 각하에 4인 이상이 동조하면 각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