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내 생산 체제 구축
GM과 협업 등 선제적 대응 주목
기아는 멕시코 공장으로 분산 대응

유희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수입차에 25% 고율 관세 부과를 발효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생산 체제 강화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 만큼, 트럼프 관세 조치에 따른 비상 상황에서 오히려 '준비된 여유'가 있다는 평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최신 스마트팩토리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며,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반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 대 규모로,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등 핵심 전동화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제네시스와 기아 브랜드의 차량도 추가로 생산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HMGMA 준공식에서 "관세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 기업이 관여한다고 정책이 바뀌지는 않는다"면서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상에 임해야 하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번 관세 조치에 HMGMA 같은 현지 투자가 좋은 영향을 미쳤다면, 그간의 노력이 의미 있었던 것"이라며 "관세 부과 이후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HMGMA는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한 공장"이라며 "변하는 고객 니즈에 유연하게 대응할 구조를 갖췄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서 연간 170만 대를 판매하며, 이 중 절반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각오다"고 덧붙였다.
HMGMA는 단순 생산 시설을 넘어 ▲AI 기반 품질관리 ▲자율주행 로봇 활용 ▲전동화 부품 계열사 집적 등의 미래형 생산 클러스터로 설계됐다.
특히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공장 부지 내에 입주해 공급망을 완전 현지화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셀 합작 공장도 내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HMGMA 생산물량의 약 40%는 기아 차종이 될 예정"이라며 "첫 생산은 내년 중반부터 시작되며, 미국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부터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수소차 공동 개발 ▲공급망 통합 ▲친환경 에너지 기술 협업 등을 포괄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역시 트럼프 관세 같은 돌발 제재에 대응하려는 일환이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통해 보완책도 갖췄다.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의 이 공장에서 지난해 16만7000대를 미국에 수출했고, 이는 전체 미국 판매량의 18%에 달한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국가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HMGMA와 GM 협업을 통해 미국 내 생산 주도권을 이미 확보했고, 기아도 멕시코 생산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관세 국면에서도 견고한 사업구조를 갖춘 기업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