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린 인턴 기자 = '질 필러'를 맞은 국내 30대 여성 두 명이 사망한 사례가 국내 학회지에 공개됐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료진은 지난 2월 한국법의학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질 필러를 맞고 사망한 38세 여성 A씨와 35세 여성 B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산부인과에서 질 필러 시술을 받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는 실신 전 심장이 과도하게 뛰는 심계항진과 현기증 등을 호소했고, 7개월간 필러 총 47㎖를 4차례 나눠 같은 부위에 주입한 상태였다.
A씨는 응급실에서 호흡곤란과 발작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이 기관 삽관을 실시하고 혈관수축제 및 강심제를 투여했지만 심장 기능이 점차 저하되면서 결국 입원 열흘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A씨의 질에서 대형 혈전이 발견됐다. 특히 많은 양의 필러가 질 후방 벽에 주입돼 있었다. 또한 폐에서는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해 혈액량이 늘어난 '울혈' 현상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필러가 질 주변 혈관으로 확산되면서 혈관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씨는 질 필러 시술을 받은 지 4분 만에 심장마비가 왔다. 이후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저산소성 뇌 손상과 폐렴으로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B씨의 질 점막하층과 근육층 등 일부 혈관에서 필러로 인한 색전증(혈관 안이 덩어리에 의해 막힌 것)과 비혈전성 폐색전증이 발견됐다. 비혈전성 폐색전증은 지방이나 공기 등 정상적인 혈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 폐순환을 따라 이동해 혈관을 막는 현상이다. 필러 물질이 질의 혈관을 따라 이동해 색전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들은 "필러를 얼굴이나 엉덩이 등에 주입할 경우에도 비혈전성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질은 구조상 위험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질은 광범위한 정맥총(정맥이 가늘게 나눠어 입체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둘러싸여 있어 필러를 주입하기에 위험한 부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전세계 많은 산부인과 학회가 여성 생식기 미용시술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국립산부인과 의료기기평가부에서 질 주사를 승인하지 않았고, 적응증도 없기 때문에 질 필러 시술을 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시술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 필러는 보통 질 내부 볼륨을 키워 성감을 높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일부 병원에서 시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