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듣는 이들의 입장 생각하며 곡 작업"
"낯간지러운 데뷔 초, 어색한 모습도 나의 일부분"
"나는 솔직한 사람…꾸밈없는 모습으로 소통"

강주희 기자 = "음악을 할 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의 입장이에요. 그런 점이 대중 가수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가수 로이킴은 언제나 대중의 반응을 살핀다. 음악에 자기 인장을 새기려는 아티스트로서의 고집 대신 대중과의 접점을 더 필요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무대 아래 관객을 눈으로 세며 노래한 지 12년. 로이킴은 여전히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한다. 마치 아티스트의 영감은 특별한 데서 비롯된다는 환상을 깨트리는 듯 말이다.
신곡 발매를 앞두고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로이킴은 "매번 컴백을 준비할 때 리스너들이 '어떤 노래를 듣고 싶어 할까', '어떤 가사를 듣고 싶어 할까' 라는 생각으로 곡 작업을 시작한다"며 "이것이 노래의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일 발매한 싱글 '있는 모습 그대로'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2023년 단독 콘서트 '로이 노트'(Roy Note)에서 처음 공개된 노래로,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밴드 사운드로 편곡돼 발표됐다. 로이킴 특유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경쾌한 밴드 사운드와 잘 어우러진다. 노랫말에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주변 친구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항상 문제의 시발점은 상대에게 완벽함을 원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대가 변하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 모습에 맞춰주는 게 관계의 지속성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사랑을 시작할 때의 마음을 계속 간직한다면 오래오래 예쁘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롭게 편곡한 곡인 만큼 창법에도 변화를 줬다. 로이킴은 "목이 덜 상하는 창법을 고민하다가 군대에서 청소 시간에 동료들과 발라드를 따라 부르며 발성 창법을 연구했다"며 "전역하고서는 미성으로 편안하게 고음을 내지를 수 있는 법을 연구했다. 그러고 나니 팬들이 과거의 창법을 그리워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성대를 긁는 포인트들도 많이 나오고, 내지를 때도 진성을 사용하는 부분도 많이 나와서 데뷔 초창기 때 제 창법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번 곡을 좋아해 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이킴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으로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진입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점점 짙어지는 뭉근한 사랑이 대중의 공감을 얻으면서 내로라하는 아이돌 그룹 음원 공세를 뚫어냈다. 노래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로이킴은 작년 연말 서울과 부산에서 연 콘서트 5회차를 전석 매진시켰다.
그는 이 곡에 대해 "결혼하는 날이 온다면 저의 반쪽에게 불러주고 싶은 곡"이라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과 제가 하고 싶은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써봤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신 것도 신기했다"며 "성적으로만 따지면 5년 만에 잘 돼서 저한테 뜻깊은 곡"이라고 웃음 지었다.
2012년 엠넷(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터K4'에서 우승한 로이킴은 이듬해 '봄봄봄'으로 정식 데뷔했다. 반듯한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들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대중에게 익숙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다. 유독 봄과 인연이 많아 장범준과 함께 이른바 '벚꽃 연금'의 주인공으로도 꼽힌다.
로이킴은 "'슈퍼스타K' 무대를 다시 보면 패기만 가득 차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잘 모르는 제 모습이 낯간지럽고 부끄럽다"며 "1집도 지금 들어오면 가사가 너무 오글거리고, 애기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아쉽다. 하지만 그렇게 걸어왔고, 제가 이 모습으로 그대로 있을 수 있어 후회는 없다"고 했다.

"한 가수의 커리어에서 히트곡이 많이 나오고, 계속 성취해 나가는 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릴지 언정 열심히 하다 보면 봄은 찾아오고, 저 또한 유연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제 계절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어쨌든 봄은 계속 오고 있거든요."
그럼 '있는 그대로'의 로이킴의 모습은 어떨까. 로이킴은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무대 위에서 제 모습과 무대 아래에서 제 모습은 거의 간극이 없다"며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줄수록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음악을 들으러 오시는 분도 있지만 제가 떠는 모습을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로이킴은 최근 남성 팬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그는 "해병대를 갔다 온 것도 유입 비결 중 하나겠지만, 무대에서 소통하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바이럴 되고 있다"며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분들이 저한테 '몇 기야?'라고 외치는 것이 이제 밈(meme)이 됐다. 저를 사랑해 준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데뷔 때는 제 곁에 있는 팬들이 당연히 산소처럼 당연하게 있을 줄만 알았어요. 연차가 쌓이면서 어떤 것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가야 소중한 팬들을 지킬 수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제 순위가 높을수록 더욱 많이, 깊숙하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