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사랑하고 사랑 받은 관식 복 많아"
"자신이 선택한 삶 산 것 희생은 아니다"
"박보검 덕 다 만들어줘…난 한 게 없어"
18㎏ 감량 병든 관식 표현 찬사 이끌어
"아쉽고 기쁘다 이런 작품 또 찾아올까"

손정빈 기자 = "그거 희생 아니에요."
양관식은 간도 쓸개도 다 내어준다. 말 그대로 아낌 없이 준다. 처음엔 애순에게, 그 다음엔 금명에게 그리고 은명과 동명에게도. 작은 아버지 집에 얹혀 살며 조기 한 마리 얻어 먹지 못하던 10살 애순을 위해 11살 양관식은 조기를 갖다 바쳤다. 양배추 파는 게 부끄러운 애순 대신 장사를 했던 것도 관식이었다. 똑똑한 큰딸 유학 보내주려고 집을 팔았던 것도 관식이었다. 그는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온몸 다쳐 가며, 갖은 구박 받아가며 밤낮 없이 일하고 또 일했다.
돈 벌어다 준다고 가족에게 무관심 했던 것도 아니다. 엄마 잃은 애순 옆에서 함께 울어줬던 것도 관식이었고, 삶이 고달픈 금명 옆에서 함께 걸어줬던 것도 관식이었다. 그러다 관식은 늙고 병들어 죽었다. 금명이는 아빠 양관식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겐 아빠가 바다였다. 우린 모두 거기 기대어 살고 있었다. 평생을 퍼 써도 끝없이 내어주는 바다."
배우 박해준(49)은 관식을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니까 몸이 그렇게 닳아버렸죠." 그런데 박해준은 양관식이 희생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식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한 겁니다. 그걸 희생이라고 하는 건 좀 웃긴 것 같아요. 자신이 선택한 삶입니다. 관식이는 애순이를 사랑했습니다. 금명이·은명이·동명이 낳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늘었고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많아진 겁니다. 관식이는 행복했을 거예요."
많은 이들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을 판타지라고 말한다. 한결같이 사랑하고 성실히 일하는 순한 사람인데다가 가족의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나타날 땐 그걸 부수고 지나갈 정도로 저돌적이다. 중년의 관식과 노년의 관식을 연기한 박해준도 "판타지 같긴 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또 꽤 많은 분들이 관식을 보면서 우리 아빠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아주 막연한 판타지는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박해준을 아는 시청자라면 모두 기억할 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국민불륜남이었다. 2020년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그는 "사랑한 게 죄는 아니지 않냐"고 낯 두꺼운 역정을 쏟아내기나 했는데, '폭싹 속았수다'에선 사랑 받아 마땅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편이자 아버지가 됐다. "보검씨 덕을 봤죠. 제가 한 게 있나요.(웃음)" 좋은 대본과 뛰어난 연출자 그리고 여러 스태프와 배우가 함께 만든 인물이고 이야기일 뿐 자신이 한 건 연기 뿐이라는 얘기였다.
"처음부터 기대를 했던 작품이에요. 1~2회를 본 뒤에 기대한 대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제가 한 건 없어요. 관식이 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웃음) 주변에서 관식을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잖아요. 저는 대본 따라 흘러가는대로 연기하고, 아 그렇다고 대충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관식은 자기 삶을 사는 거죠. 그런데 관식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식을 그렇게 우직한 사람으로 참 좋은 사람으로 평가해줘요. 어쩌면 복 받은 사람이에요."
시청자가 박해준이 연기한 관식을 보며 가장 많이 눈물 흘린 장면은 아마도 병에 걸린 그가 서서히 기력을 잃어가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은명이는 말한다. "아빠 왜 그래…왜 그렇게 말랐어." 은명이가 울 때 모두 함께 눈물을 쏟았다. 양관식이 어떻게 살았는지 우린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박해준 역시 이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아파 보이기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감량했다. 그렇게 뺀 살이 18㎏이었다. 그러니까 박해준이 흘러가는대로 연기한 건 아니었다.
"계속 살은 뺀 채로 연기할 순 없었어요. 살이 안 빠진 모습도 함께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살 빠진 게 가장 잘 드러나야 하는 촬영을 디데이로 정해놓고 딱 2주 간 감량했습니다. 격투기 선수들이 몸무게 맞출 때 쓰는 방식을 썼어요. 수분을 빼는 방법인데, 결국 18㎏까지 빠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목도 잠기고요.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고 제가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나름 잘 된 것 같습니다."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된 뒤 박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들의 말은 엇비슷했다. "고맙다. 감사히 잘 봤다." 양관식에게 고맙고, 그런 양관식에 정성껏 실감을 불어넣어준 박해준을 향한 존중일 것이다. "4막까지 다 공개되고 나니까 이상하게 아쉬워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줘서 기분이 좋긴 한데…이런 작품을 제가 또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