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닌 회사…퇴직금 대신 실업급여를 받으라네요"
"10년 다닌 회사…퇴직금 대신 실업급여를 받으라네요"
  • 뉴시스
  • 승인 2025.04.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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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정 어렵다며 퇴사 권고…"퇴직금은 못준다"
퇴직금과 실업급여, 대체 안 돼…반드시 지급해야
퇴직금이 체불임금 40%…정부, 단계적 의무화 추진
위로금은 법적 의무 없어…통상 1~3달치 급여 지급

 고홍주 기자 = #. 10년차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사실상 '권고사직' 제안을 받았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A씨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없어질 수 있으니, 이직처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민해보라는 것이었다. 제안 자체도 갑작스러웠지만 이어진 퇴사 조건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현금 유용이 어려워져 퇴직금을 주지 못할 것 같으니, 대신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또 위로금으로 1달치 급여 이상은 줄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그래도 10년 동안 열심히 다녔는데 퇴직금도 못 받고 퇴사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권고사직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중년 이상의 중간관리직이 권고사직의 대상이 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5년 차의 젊은 직원들까지도 퇴사를 권고받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권고사직은 법적 용어는 아니지만, 자진 퇴사나 해고와는 구분돼 행정적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일종의 비자발적 퇴사이기 때문에 구직급여(실업급여) 대상이 된다.

180일 이상 근속한 고용보험 가입자라면 최소 4개월에서 8개월까지(50세 이상인 경우 10년 이상 근속했다면 9개월까지) 정부로부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A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회사가 A씨에게 퇴사를 권고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퇴직금 대신' 실업급여를 받게 해준다는 부분은 문제 소지가 있다. 퇴직금과 실업급여는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대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주가 1년 이상 근로한 근로자에게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돈이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의 평균임금은 퇴사나 중간산정 등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만일 이때의 금액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그 통상임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해야 한다.

반면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새 직장에 재취업할 때까지 일정기간동안 생계비로 지급하는 돈이다. 사업주가 아니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되며 180일 이상 근속한 고용보험 가입자만 그 대상이다. A씨가 10년을 일했다면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를 최대 7개월(210일)간 받을 수 있다.

만일 회사가 A씨에게 이대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임금체불'이 될 수 있다.

퇴직금 미지급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금이 전체 체불임금 중 40%가량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A씨처럼 퇴사 시 퇴직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자,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퇴사 시 일시에 지급하는 퇴직금과 달리 매월 또는 매년 임금의 일정비율을 금융기관에 적립하기 때문에 체불 위험이 퇴직금보다 낮다.

한편 A씨에게 지급한다는 '1달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다만 위로금은 일종의 합의금으로 법적 의무가 없는 만큼, 적정 수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10년을 근속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원으로는 다소 적어보이지만, 현장에서는 통상 기본급의 1~3개월 정도가 일반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회사가 A씨에게 퇴사를 권고하고 1달치의 급여를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A씨에게 퇴직금 지급 대신 실업급여 수급을 하게 한다면 명백한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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