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위협↑…"수출·성장에 심대한 타격"
내수 부진에 짙어지는 'R의 공포'…산불 등 악재도
경제팀 수장 "원팀으로 안정적 경제 관리에 총력"

박광온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한국 경제는 대선 전까지 60일 간의 '리더십 공백'이라는 중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정부가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대내외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세지는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내수 부진 장기화 등 복합적 위기가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는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어, 선장을 잃은 대한민국호(號)는 대선 전까지 경제·외교·안보 등 전 분야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전 부처가 경기 침체 등 시급한 현안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發 관세전쟁 현실화…"수출·성장에 심대한 타격"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재판소가 전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민국은 대선 전 두 달 동안 '리더십 공백'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외 여건마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횡포'가 예상보다도 더 세게 한국을 강타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50%에 이른다는 주먹구구식 계산법에 따른 것이다.
특히 25% 관세율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24%)보다도 높다.
상호관세가 이대로 적용될 경우 수출과 성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강력한 미국 상호관세(Sharper than expected US reciprocal tariff)'라는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수준의 미국 글로벌 상호관세가 발표됐다"며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연간 최소 -0.375%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스턴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7.5%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출액 감소 전망이다.
◆내수 부진에 짙어지는 'R의 공포'…산불 등 악재까지 겹쳐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이 투하되는 사이, 내부에선 '경기 침체' 위기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던 '12·3 비상계엄' 이후 우리 경제는 부진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투자 모두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건설업계 곳곳에선 경영 위기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의 회생 신청이 이어졌다.
원화 가치 급락으로 원·달러는 1470원대를 뚫으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오름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심화됐다.
먹거리, 주거, 교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 조짐마저 보이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산불·가축전염병 등 각종 재해마저 우리나라 곳곳을 할퀴면서 국민들의 곡소리만 커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리더십 공백으로 실물경기를 반전할 만한 뚜렷한 정책적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도 정치권의 신경전으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설 수도 있는 상황에 리더를 잃은 정부가 경제 정책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는 건 맞는다"고 말했다.
◆경제팀 수장 "두달간 원팀으로 안정적 경제 관리에 총력"
경제 위기에 국가 총수 부재 상황까지 맞게 된 우리 경제팀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협상과 경제정책 대비에도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을 한 꺼풀 벗게 된 만큼, 정부는 한 팀으로 뭉쳐 대내외 리스크에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향후 두 달간 경제부처가 원팀이 돼 우리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안보전략 테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미(對美) 협상에 범정부 노력을 집중하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주요 피해 예상 업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맞춤형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긴급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이달 내에 국회 통과가 매우 긴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국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큰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시급한 현안은 산적해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려운 국면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