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 초기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류철형 교수팀이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 운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대상 그룹의 운동 행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다.
경도인지장애는 비록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감소되었지만 아직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간 경우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향하는 관문 하나를 통과한 것으로, 향후 치매로의 진행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 조사에 참여한 24만7149명의 경도인지장애 그룹 자료를 살폈다. 운동이 치매로의 발전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신체 활동의 지속성과 규칙성이 영향력을 얼마나 발휘하는지를 면밀히 조사했다.
연구팀은 대상그룹을 ▲경도인지장애 판정 전·후 운동을 하지 않음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 운동을 시작함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 운동을 중단함 ▲경도인지장애 판정과 상관없이 지속하여 운동을 시행함이라는 조건에 따라 네 그룹으로 구분했다. 연구팀이 설정한 운동의 기준은 '주 1회 10분 이상 보통에서 높은 강도의 신체 활동' 이었다.
연구 결과, 경도인지장애 판정 전·후로 꾸준하게 운동을 시행한 그룹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발전 비율이 가장 낮았다. 꾸준한 운동 시행 그룹은 5만6664명 중 2742명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전환되어 4.8%를 나타냈다.
반면, 경도인지장애 판정 전·후로도 운동을 시행하지 않은 그룹은 9만9873명 중 8658명(8.7%)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발전했다.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 운동을 시작한 그룹은 4만5598명 중 2888명(6.3%),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 운동을 중단한 그룹은 4만5014명 중 3445명(7.7%)를 각각 나타냈다.
각 집단의 조건을 보정·비교한 값(95% 신뢰구간)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전혀 운동을 시행하지 않은 그룹을 1(기준값)로 놓았을 때, 지속적인 운동을 시행해 온 그룹은 0.82를 기록했다.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면 경도인지장애라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이행될 위험 확률이 18% 낮아진다는 뜻이다.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 운동을 시작한 그룹은 0.89, 경도인지장애 판정 이후 운동을 중단한 그룹은 전혀 운동을 시행하지 않은 그룹과 같은 1.00을 나타냈다.
한편, 연구팀은 전체 대상자를 꾸준하게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한 그룹과 불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행한 그룹으로 나누어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도를 살폈다. 연구팀은 꾸준한 운동을 ‘고강도의 운동을 주 3회 이상 또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주 5회 이상’으로 설정했다.
여러 변수를 보정·비교한 값(95% 신뢰구간)을 보면 불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행한 그룹을 1(기준값)로 놓았을 때, 지속적인 운동을 시행한 그룹의 알츠하이머 치매 이행 수치는 0.85를 기록했다. 즉, 경도인지장애라도 꾸준하게 운동을 지속하면 불규칙하게 운동을 시행한 경우보다 15% 낮은 위험도를 보였다.
조한나 교수는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교정이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초기 치매로 넘어가는 확률을 낮춘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치매 진단 이후 운동 이행 여부와 운동의 지속성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의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과 연관되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며 "운동을 꾸준하게 시행하면 뇌신경세포 발달과 인지기능 개선이 일어난다는 점을 다시금 밝히는 계기가 됐다. 경도인지장애를 판정을 받더라도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운동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