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입주 물량 감소…월세 상승 지속

박성환 기자 = 올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 건수가 전세를 앞질렀다. 전세 사기와 고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빌라(연립·다세대주택)에 이어 아파트까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월세도 상승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만5865건, 월세는 1만6570건으로 집계됐다. 월세가 전세보다 705건 많았다. 월세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1.1%로 과반을 넘어섰다.
월세 거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두드러졌다. 송파구 월세 거래량이 1567건으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1234건), 서초구(1098건), 강동구(987건), 마포구(890건), 노원구(876건) 등이 뒤를 이었다.
기존 강남권 고가아파트 월세 수요에 신학기 교육목적의 월세 임차 수요가 더해지면서 강남권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게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의 설명이다.
월세 거래 10건 중 8건(79.9%)은 월세 50만원 이하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량에는 보증금이 높은 대신 월세는 비교적 낮은 '보증부월세' 거래가 함께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어 50만원 초과~100만원 이하(14.8%), 100만원 초과~200만원 이하(4.1%) 순이었다.
아파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총 3만7681가구다. 그러나 내년에는 9640가구로 74.4%나 급감하고, 2027년에도 9573가구에 그칠 예정이다.
입주물량이 줄어든 것은 최근 3년간 착공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주택 착공 물량은 58만4000가구다. 그런데 2022년에는 전년 대비 34.4% 감소한 38만3404가구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24만2188가구가 착공했다. 지난해에는 다소 늘어난 30만5331가구가 착공했지만,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월세 상승이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파트 매매 대기 수요가 위축되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대신 월세로 선회하는 임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월세가 상승하면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결국 집값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