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받은 만큼' 유산취득세 도입…세부담 줄고 다자녀 유리
'상속세 받은 만큼' 유산취득세 도입…세부담 줄고 다자녀 유리
  • 뉴시스
  • 승인 2025.03.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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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현행 '유산세' 방식 '유산취득세'로 전환
상속받은 자산 기준 부과…여러명 상속시 세부담↓
배우자 공제 '10억원', 직계존비속 기본공제 5억원
5월중 법안 국회 제출…2년 준비 거쳐 2028년 시행
상속세 과세 비율↑…높아진 세부담 완화 여론 고려
"최고세율 인하 등도 공론화 과정 거쳐 지속 추진"

안호균 기자 = 정부가 1950년 도입 후 75년간 유지해 온 상속세 과세 체계를 대수술한다.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상속받는 사람)이 실제로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상속세는 과세표준이 커지면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 구조이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여러명에게 과세표준이 분산돼 세부담이 줄어든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해 과세 방식, 과세 대상, 공제 등을 새로운 제도에 맞게 개편한다.

과세 방식은 사망자의 전체 상속 재산에서 상속인이 취득하는 재산 기준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15억원의 유산을 자녀들이 상속 받을 경우 현행 세제에서는 30%의 세율(5억원 일괄공제 가정시)이 적용돼 2억4000만원 정도 세금을 상속인들이 나눠서 내야 한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부과 체계를 전환할 경우 2명의 자녀가 7억5000만원을 상속 받으면 세율은 20%로 낮아지고,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산출세액은 4000만원 아래로 떨어진다. 또 상속인이 3명일 경우에는 일괄공제만 적용해도 세부담이 0이 된다.

과세 대상도 정비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일 경우 전 세계 재산에, 비거주자일 경우 국내 소재 재산에 세금을 부과해 왔는데 앞으로는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일 경우라도 상속인이 거주자면 전 세계 재산이 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15억원의 유산을 자녀들이 상속 받을 경우 현행 세제에서는 2억4000만원 정도 세금을 상속인들이 나눠서 내야 한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부과 체계를 전환할 경우 2명의 자녀가 7억5000만원을 상속 받으면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할 산출세액은 4000만원 아래로 떨어진다. 상속인이 3명일 경우에는 일괄공제만 적용해도 세부담이 0이 된다

◆배우자 10억원, 자녀는 5억원까지 공제…일괄·기초 공제 폐지

각종 인적 공제 제도도 상속인의 개별 특성에 맞게 재설계한다.

전체 상속 재산에서 일률 차감됐던 일괄공제(5억원)와 기초공제(2억원)는 폐지 후 인적공제로 흡수한다.

대신 현재 1인당 5000만원으로 실효성이 떨어졌던 자녀 공제는 일괄공제 수준으로 높인다. 상속인의 경우 기본공제를 직계존비속은 5억원, 그 외(형제·자매 등)에는 2억원까지 상향조정한다.

수유자(피상속인의 의지에 따라 특정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는 직계존비속 5000만원, 기타 친족 1000만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된다.

모든 사람이 일률적으로 공제를 받는 방식 대신 상속인의 개별 특성을 반영해 공제가 이뤄질 수 있게 한 것이다.

배우자 공제는 10억원으로 설정했다. 배우자가 받은 상속 재산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법정 상속분(자녀의 1.5배)을 넘더라도 전액 공제한다. 또 법정 상속분의 경우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공제 최대 한도가 30억원으로 설정된다.

또 배우자, 자녀 등이 상속 받는 경우 인적공제의 최저선을 10억원으로 설정했다. 각 상속인들이 받는 인적공제의 합계가 10억원 미만일 경우 미달액은 진계존비속인 상속인에게 추가로 적용할 수 있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모두 비거주자일 경우에는 배우자는 2억원, 그 외 상속인은 1억원을 공제한다. 수유자는 4촌 이내 혈족 및 3촌 이내로 한정해 1000만원을 공제한다.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를 도입한다. 상속세는 과세표준이 커지면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 구조이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여러명에게 과세표준이 분산돼 세부담이 줄어든다

◆5월 중 국회에 법안 제출…2028년 시행 계획

유산취득세 전환시 발생할 수 있는 위장 분할, 우회 상속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했다.

상속취득재산의 명의자와 실제 귀속자를 사실과 다르게 분할해 신고한 경우 부과 제척기한을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했다.

상속재산 3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상속 개시후 5년 내에 증여를 통한 우회상속으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면 추가 과세한다.

지금까지 여러 상속인이 전체 세금에 대해 지고 있었던 연대 납세 의무의 경우, 앞으로는 상속인 간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 등 제한적으로만 부과하기로 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인과 수유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10년 이내의 기간을 기준으로 상속세 계산에 합산한다. 다만 제3자가 상속받은 경우에는 이미 부과한 증여세로 과세를 종결한다.

상속세 신고는 상속인 각자가 하되 공동 신고도 허용하기로 했다.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과세 관할을 결정하는 현행 제도는 유지한다. 신고 기한은 상속 개시 후 6개월 이내다. 신고 기한 후 9개월 내 분납을 허용한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들이 각자 받는 재산에 따라 세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과세 형평이 개선되는 대신 유산 취득 현황 파악 등에 대한 행정 부담이 추가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 2년의 시간을 두고 시스템을 정비한다.

정부는 이달 중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관련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공청회(4월)를 거쳐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2026~2027년 과세 집행 시스템 준비 작업을 거쳐 2028년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강종민 기자 =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 71.5% 유산취득세 전환 찬성…"최고세율 인하도 지속 추진"

정부가 유산취득세 도입을 결정한건 상속인들이 받은 만큼만 상속세를 내도록 해 과세 형평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또 자산 무상이전의 다른 형태인 증여의 경우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 두 제도 간 부조화를 해소하자는 의도도 있다.

현행 상속세제에서 재산 50억원을 자녀 5명에게 물려주는 가구는 재산 10억원을 자녀 1명에게 물려주는 가구에 비해 각 자녀마다 상속세를 4배 가량 더 내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도 유산취득세가 형평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0개가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를 채택하고 있고,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곳은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곳 뿐이다.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상속세 과세 대상과 세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제도 개편의 배경이 됐다.

지난 2000년 4000억원 수준이던 상속세 세수는 2023년 8조5000억원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과세자 비율은 0.7%에서 6.8%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82.3%는 상속세 개편이, 71.5%는 유산취득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사전브리핑에서 "실제로 납세하는 인원은 피상속인 기준으로 6.8%밖에 안 되지만, 유산취득세의 전환에 대해서는 3분의 2 가량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속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에는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고세율 인하 등 기존에 추진해 왔던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정 실장은 "작년 정기국회에 제출했던 상속세 개정안 전부에 대해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최고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 폐지,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이 다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별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 30억원을 자녀 2명이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배우자 1명 생존 가정) 부과되는 상속세(산출세액)는 6억4000만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30억원을 배우자 1명과 자녀 2명이 10억원씩 물려받을 때는 세부담이 4억4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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