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예금은 2개월 연속 증가
이주혜 기자 = 5대 은행의 달러 예금이 5개월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 약 30억 달러, 4조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급등하면서 개인과 법인의 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06억7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32억18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감소폭은 올해 1월(32억7300만달러) 이후 가장 컸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5개월 만이다. 달러 예금은 올해 들어 5월까지 감소했으나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기준금리 인하 전 불확실성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를 매수하려는 고객이 늘어서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낮아졌으나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307.8원에서 지난달 25일에는 1388.7원을 기록하며 한 달 사이 80원 넘게 상승했다. 같은 날 장 중 한때는 1390원대까지 올라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미국 대선,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수출입 기업 등 법인이 원달러 환율이 목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면서 달러 예금에 넣어둔 자금을 원화로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5대 은행의 엔화 예금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두 달 연속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1710억엔으로 전월보다 215억엔(약 195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엔화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후퇴하면서 약세를 나타낸 바 있다.
엔화 예금은 올해 들어 6월까지 꾸준히 늘었다.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엔테크' 수요가 몰렸다. 이후 7, 8월에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로 오르자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 이어지면서 엔화 예금 잔액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엔화 예금은 특히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크다"면서 "법인 자금의 비중이 큰 달러 예금과 달리 환율이 내려갔을 때 투자해 환차익을 보겠다는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