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금금리 잇달아 올려, 연 3.9% 이상 정기예금 다수
이정필 기자 =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한 달 만에 다시 100조원대로 올라섰다. 앞서 수신 규모가 100조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예금금리를 잇달아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수신잔액은 8월말 기준 100조9568억으로 집계됐다. 전달 99조9128억원에서 1조원 넘게 늘며 한 달 만에 다시 100조대를 회복했다.
저축은행 수신이 10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21년 11월 98조6843억원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앞서 2022년 11월에는 121조3572억원까지 불어난 바 있다.
금리 인상기 예적금 이자를 적극적으로 올린 영향이다. 이후 고금리 자금조달 비용 증대에 따른 손실이 확대되자 이자를 낮추면서 수신 규모가 감소세를 보였다.
수신 규모가 100조원을 밑돌자 업계는 잇달아 예금 금리를 올려왔다. 기본금리에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4% 이상을 제공하는 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전국 2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전일 3.69%로 집계됐다. 9월초 3.66%에서 0.03%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현재 3.9~4%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40여개가 있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8월말 96조5929억으로 나타났다. 전달보다 3486억원 더 빠졌다. 지난해 1월 115조6003억원에서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여신은 올해 5월 100조원 아래로 내려온 바 있다. 현재 96조원대는 2021년 10월 95조5783억원 이후 2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커지면서 대출 영업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전방위 가계부채 옥죄기에 앞으로 저축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1금융권의 가계대출 문턱이 올라가면서 2금융권으로 밀려 내려오는 차주들이 많다"며 "현재 저축은행들은 영업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카드사로 풍선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대출 규모는 8월말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롯데·우리·하나) 기준 총 44조665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는 1170만9000건에 이른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통계를 추산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대출은 카드론이 38조7880억원, 현금서비스가 5조8760억원으로 나타났다.
강민국 의원은 "은행에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취약 차주가 카드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