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쌍두마차인 양현석(50) 총괄 프로듀서와 양민석(46) 대표이사가 14일 동반 사퇴했다.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YG이므로 갑작스러워 보이는 선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회복 불가할 정도로 망가진 YG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초강수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지다.
◇경찰조사, 부담됐나
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23)의 마약 구매 의혹 건이 결정타가 됐다. 개별 사안으로만 따지면 YG에게 큰 타격을 줄 일은 아니다.
YG 소속 가수들은 여러 번 마약 구설에 올랐고, 심지어 그룹 '빅뱅' 출신 승리(29)의 성접대, 그리고 양현석도 성접대 의혹에 휘말렸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아이 건을 무마하기 위해 양현석이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네준 가수 지망 여성 한모(24)씨를 협박하고, 경찰과 유착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양현석과 YG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경찰과 유착돼 있다는 설이 있기는 했으나 확인은 힘들었다. 이번 비아이 건으로 정황이 구체적으로 포착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찰은 비아이 건과 관련, 양현석을 조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회복불가 이미지, 끝없는 주가 하락
YG는 한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이미지가 가장 추락한 곳 중 하나가 됐다. 승리의 ‘클럽 버닝썬’ 논란이 도화선이 돼 홍대앞과 클럽을 기반 삼아 성장한 YG에게도 각종 의심이 더해졌다. 양현석도 연예계 생활의 시작은 이태원 클럽가였다.
YG가 운영 중인 곳으로 알려진 클럽들은 탈세 등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마약 등의 구설은 소속 가수들의 개인 문제로 치부 가능했지만, 회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 깔리기 시작했다.
엠넷의 한동철 PD를 영입해 제작한 JTBC '믹스나인',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YG전자' 등 음악 외적인 연예 산업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거리푸줏간' 'YG리퍼블릭'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YG푸드'도 예전과 같은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사면초가에 처하게 됐다.
주주와 투자자들의 압박이 심해졌다. 부정적인 이슈로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더니 14일에는 그동안 떨어진 적이 없는 3만원 이하로까지 주저앉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한 때 5만원에 육박했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5.60% 떨어진 2만95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한때 1조원이 넘던 시가총액은 현재 절반가량인 536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YG에게 난처한 것 중 하나는 올해 10월까지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 투자금 610억원에 이자까지 붙여 상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사옥 옆 땅을 사 하반기 완공을 앞둔 신사옥은 부담거리가 됐다.
각종 악재에도 지난 3월 재신임을 받은 양민석 대표가 경영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형과 함께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양 형제, 의혹은 부인···논란 지속될 듯
양씨 형제의 사퇴에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온갖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석은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왔다"고 토로했다.
사퇴 이유로는 "더 이상 YG와 소속 연예인들, 그리고 팬들에게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언론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양민석 대표 역시 부정적인 이슈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 "양현석 총괄님과 저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에 그동안의 온갖 억측들을 묵묵히 견디며 회사를 위해 음악 활동과 경영에 몰입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YG의 성·마약 스캔들 그리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YG의 활동을 중지시켜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블랙핑크 ,이하이, 악동뮤지션, 전소미 등 별 탈 없는 소속 가수들의 팬들은 이들에게 "YG에서 나와라"고 요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