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웬 김치통?…코로나 시대 상영관이 사는 법
극장에 웬 김치통?…코로나 시대 상영관이 사는 법
  • 뉴시스
  • 승인 2021.06.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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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인기
"극장 살려면 '좋은 영화' 개봉해야"
임종명 기자 = 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이벤트. 2021.06.05.jmstal01@newsis.com
임종명 기자 = 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이벤트. 2021.06.05.jmstal01@newsis.com

임종명 기자 = 6월 첫 주말인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웬 김치통을 든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눈에 띄는 김치통이 많은 만큼 사람 수도 많았다. 오랜만에 극장 안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담금주통, 아이스박스, 급식소에서 볼 법한 대용량 국통, 항아리 등도 보였다.

롯데시네마 전국 108개 지점에서 6월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용기내팝콘' 이벤트를 진행했다. 뚜껑이 있는 다회용기를 가져가면 6000원에 용기 크기 관계없이 팝콘을 가득 채워주는 이벤트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두 차례를 판매했다.

건대입구관은 12개관 2200석 규모다. 이날은 오전 9시를 시작으로 18편의 영화가 상영된 날이다.

기자는 오전 9시30분께 극장에 도착했다. 이때만해도 썰렁했다. 10여명 정도 되는 사람들만이 극장 로비에 있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 김치통을 든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10대 학생들, 50대 엄마와 20대 딸, 20대 커플, 대여섯 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들과 엄마, 중년 부부, 초등학생 친구들 등 다양했다.

임종명 기자 = 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이벤트. 2021.06.05.jmstal01@newsis.com
임종명 기자 = 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이벤트. 2021.06.05.jmstal01@newsis.com

오전 11시, 주문이 시작됐다.

"용기내팝콘, 오리지널과 캐러멜 맛 있습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달콤한 맛이요."
"네, 용기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치통, 아이스박스, 국통 등에 팝콘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팝콘 한가득한 용기를 받아 들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팝콘 향기를 음미하며 인증샷도 남겼다. 평소 극장에서 사먹는 양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은 팝콘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었다.

유독 인기였던 캐러멜 팝콘은 판매 시작 한 시간여만에 금새 동이 났다. 매점 직원들은 소진된 팝콘을 다시 튀기랴, 이어지는 손님 주문받으랴, 팝콘 담으랴 동분서주했다.

친구와 둘이 온 대학생 김모(16)씨는 "극장 팝콘 맛있잖아요. 극장을 안 오니까 먹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벤트로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왔어요"라고 했다.

초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 윤모(39)씨도 "아이들 간식도 하고 저도 좀 먹으려고 왔어요. 가끔 생각은 났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맛볼 기회가 없었죠. 극장에 안 왔으니까. 팝콘 사러 온 거긴 한데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팝콘 먹던 때가 그립긴 하네요"라고 했다.

기자는 시사회나 간담회 등으로 코로나 시국에도 극장을 제법 꾸준히 다녔던 편인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 매점이 이렇게 바빠 보인 건 퍽 오랜만이었다.

극장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오길 바라면서도 '많이 올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와서 다행"이라며 "아침 일찍부터 팝콘 튀겨놓기를 잘한 것 같다. 2차 판매 전까지 계속 튀겨둬야 안 모자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용기내팝콘'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SNS 인스타그램에만 인증샷 1000여건이 올라왔다.

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이벤트 인증샷. (사진 = 롯데시네마 제공 및 인스타그램 캡처) 2021.06.05.photo@newsis.com
롯데시네마 '용기내팝콘' 이벤트 인증샷. (사진 = 롯데시네마 제공 및 인스타그램 캡처) 2021.06.05.photo@newsis.com

'#용기내팝콘'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 측이 마련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방역 수칙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되자 관객이 줄었고, 자연스레 매점매출도 줄었다.

극장은 대개 영화 티켓, 매점, 광고 등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데, 티켓 매출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매점을 활용한 수익 창출을 통해 위기를 조금이라도 모면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는 2019년 대비 관객 수가 73.7%, 매출은 73.3% 감소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특수가 없었던 4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 4월 전국 관람객은 1071만7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60.3% 줄었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84.3% 줄었다.

매점매출액도 CGV의 경우 올 4월 54억2200만원으로, 2020년 220억6900만원, 2019년 567억2800만원으로 각 75.4%, 90.4% 감소했다. 롯데시네마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77.4% 줄었다.

지난해 11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극장 내 취식금지, 지난 3월 말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상영관 내 취식을 금지하면서부터 감소폭이 더 커졌다.

극장 관객이 줄자 주변의 식당, 커피숍 등도 덩달아 어려워졌다. 영화 관람을 기준으로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쇼핑을 했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탓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상생차원에서 임대료도 절감하고 있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에요. 푸드코트 쪽도 절반이 문을 닫았어요"라며 "극장도 적자고, 임대 들어온 사업자들도 적자"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나 아쉬운 게 있어요. 코로나가 오래갈수록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습니다. 어서 이 사태가 끝나서 동료들도 많아지고 예전의 활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보탰다.

영화 포스터. (사진 = 각 배급사 제공) 2021.06.06.photo@newsis.com
영화 포스터. (사진 = 각 배급사 제공) 2021.06.06.photo@newsis.com

극장 관계자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영화'의 개봉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등이 수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콘텐츠의 힘이라는 주장이다.

'분노의 질주'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귀멸의 칼날'은 올 1월27일 개봉해 지난달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전날(5일) 기준으로는 209만2733명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올해 3~5월에 작년 3~5월보다 매출과 관객수가 늘어난 이유는 올해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했기 때문"이라며 "작년 3월과 4월은 개봉작이 전무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양한 작품이 개봉했고 선전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디즈니·픽사의 '소울'은 지난 3월 개봉 54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귀멸의 칼날은 올 1월27일 개봉 이후 지금까지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장기 흥행 중이다. '미나리'는 3월 초 개봉해 113만명의 관객을 '고질라 대 콩'은 3월 말 개봉해서 7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게 흥행하지는 않았지만 4월에도 자산어보(3월31일 개봉, 33만명)와 서복(4월15일 개봉, 38만명) 등 다양한 한국영화가 개봉했다. 이는 영화관에 좋은 영화가 걸리면 관객들은 극장을 찾는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CGV 측 관계자는 "50·60대처럼 한국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층도 있기 때문에 한국영화도 개봉하면 극장가가 활기를 띠고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다. 그런데 관객수 부담 때문에 개봉을 연기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극장 성수기는 7~8월이다. 오는 7월 '블랙 위도우'가 개봉한 뒤 추이를 보고 한국영화도 개봉시점을 정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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