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등 선수단 의견 반영…낡은 관행 타파·지원 확대
박윤서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 의혹에 휩싸인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동시에 불합리한 제도를 손질하지 않는다면 관리단체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
문체부는 31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배드민턴협회 조사 결과 최종 브리핑에서 "협회 임원의 운영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보조금법 위반 사항에 대한 환수 사전 절차를 위해 전날 대한체육회를 통해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며 "후원 물품 횡령과 배임 의혹에 대해 지난 29일 송파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보조금법 위반의 책임이 있는 김택규 회장에 대해 해임, 사무처장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협회의 각종 부조리를 폭로한 안세영의 인터뷰를 계기로 조사단을 꾸린 문체부는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국가대표 관리 등을 조사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김 회장의 주도하에 지난해 후원사와 협회 직원들 몰래 추가로 물품을 받는 1억5000만원 상당 구두 계약을 체결했다. 후원 물품은 임의 배분됐다. 올해는 1억4000만원 후원 물품 서면 계약을 맺으면서 보조금법을 위반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김 회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체육회가 징계를 내리도록 요구할 것이고, 그것마저 안 되면 관리단체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관리단체 지정은 체육회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문체부와 체육회가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협회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조사 브리핑을 앞두고 김 회장과 대면 조사를 실시하려 했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회장이 조사에 불응하면서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
이 체육국장은 "지난 9월 26일 조사를 거부한 김 회장을 제외한 협회 관계자들과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김 회장에게 여러 차례 조사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결국 진행하지 못했다"며 "김 회장에게 조사 결과 통보 후 주어지는 1개월 간의 이의 신청 기간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체부는 안세영 등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낡은 관행을 바꾸고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체육국장은 "부상 진단과 재활, 치료 과정에서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한다. 또한 주말과 공휴일 외출, 외박 규제와 청소·빨래, 외출 시 선배에 보고 등 부조리한 문화를 개선하고, 배드민턴 국가대표 단식과 복식 맞춤 훈련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지도자를 증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훈련 때 선수 개인 트레이너의 참여가 허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곧바로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고 일정 기간의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 또한 대회 등급에 따라 1진, 2진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출전시키는 전략적 국제대회 출전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배드민턴협회에만 존재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개선되고, 선수의 권리도 강화된다.
이 체육국장은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없앤다. 선수가 자비로 해외리그, 해외 초청 경기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다. 다른 올림픽·아시안게임 종목(44개 종목)은 이러한 제한이 없는데 배드민턴협회만 규제하고 있다"면서 "선수가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과 신발을 선택할 수 있게 보장할 것이고, 선수의 연봉과 계약 기간도 개선한다"고 했다.
김 회장이 지난 4월 내부 워크숍에서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고 과도한 의전을 지시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협회 사무처 18명의 직원 중 17명을 대면 조사했고,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김 회장을 관계기관에 신고했다.
문체부는 협회가 제도를 개선할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불합리한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관리단체 지정 및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사무 검사 결과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조사 결과 통보 후 1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