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위 건선,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
백영미 기자 = 건선이 악화하기 쉬운 건조한 가을철 국내 중증 건선 분류 기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완화하고 손·발바닥·두피·손톱 등 특수 부위에 발생한 건선도 중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30일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학회는 전날 '세계 건선의 날'을 맞아 국내 건선 환자 치료를 위한 새로운 건선의 중증도와 치료 목표를 제시했다.
정혜정 대한건선학회 재무간사(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은백색의 비늘로 덮인 붉은색 판 모양의 발진이 특징이지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두피, 손톱, 손·발바닥 및 생식기 부위에도 발생하는 특수 부위의 병변은 치료 반응이 좋지 않아 환자들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특히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는 각질이 쌓여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거나 붉어지고, 가려움증과 발진이 더 악화해 건선 환자들은 더욱 고통스럽다.
정 교수는 “국내 연구에 따르면 건선 환자 중 약 80%가 건선으로 인해 삶의 질이 중간 정도 이상으로 영향을 받았다"면서 "특수 부위에 발생하는 건선은 치료 반응이 좋지 않아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일상생활 활동을 어렵게 하는 등 삶의 질 측면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방철환 대한건선학회 정보이사(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새로운 중등증 및 중증 건선의 기준과 치료 목표에 대한 전문가 합의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중등증·중증 건선 기준은 건선 중증도 지수(PASI) 10점 이상, 체표면적(BSA)10% 이상의 2가지를 필수 조건이다. 또 부가 조건으로는 의사종합병가(PGA) 중등증 이상, 삶의 질 평가 10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유럽 등 해외에선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건선의 중증도 조건을 완화하고, 특수 부위의 건선을 포함하고, 치료 실패 경험을 고려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전문가들은 건선의 중증도 기준안을 ▲PASI 10점 이상 또는 ▲PASI 점수가 5점 이상 10점 이하이면서 특수 부위에 건선이 있는 경우로 새롭게 합의했다.
방 교수는 "새롭게 합의된 건선 중등증 내지 중증의 기준안은 기존 기준에 비해 중증도 조건을 완화하는 대신 환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특수 부위의 건선을 포함시킨 게 핵심"이라면서 “특수 부위의 건선을 포함시키는 데 있어 특수 부위의 침범 면적과 중등도를 명시해 중등증 내지 중증의 건선 환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면서 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를 포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건선 중증도 기준안이 마련됨으로써 추후 생물학적 제제 혹은 건선 신약의 사용을 특수 부위 건선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했다.
박은주 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한림대학교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학회에서 합의한 새로운 건선 중증도 기준안은 건선이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닌 환자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의 특수성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새롭게 마련된 건선 중증도 기준안에 따라 건선 치료의 목표와 환자들의 치료 계획 수립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