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서 1년 뛴 후 은퇴 결심
은퇴식 개최 여부와 방식에 눈길
김희준 기자 = 추신수(SSG 랜더스)에 이어 1982년생 동갑내기 김강민도 결국 그라운드에 작별을 고하기로 했다.
한화 이글스는 지난 2일 "은퇴 의사를 밝힌 선수 3명을 포함한 총 7명과 재계약 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퇴 의사를 밝힌 선수 3명 중에는 김강민의 이름도 포함됐다. 김강민은 한화 이적 한 시즌 만에 24년 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했다.
김강민은 프로에 발을 들인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SSG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었다.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가 왕조를 구축했을 때 주전 중견수였다.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도 5번(2007년·2008년·2010년·2018년·2022년)이나 손에 넣었다.
2022년 한국시리즈에서는 5차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려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강민의 거취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2023시즌 기회가 줄어들면서 70경기 출전에 그친 김강민은 조금씩 은퇴를 고민하는 상황이었고, SSG도 의사를 묻고 있었다.
SSG는 지난해 11월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 때 은퇴 의사를 타진하던 김강민을 보호 선수 35명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지명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은퇴 예정이나 논의 표시도 따로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화가 김강민을 지명했다. 외야 보강과 함께 어린 외야수의 성장을 유도하길 바랐던 한화는 김강민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지명했다.
한화 구단의 설득에 김강민은 현역 연장을 택했다.
무려 23년을 한 팀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의 갑작스런 이적에 SSG 팬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이 때문에 김성용 전 단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강민은 등 번호도 0번에서 9번으로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올 시즌 김강민은 41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24 1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85의 성적을 냈다.
개막 일주일 만에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김강민은 열흘 만에 돌아왔지만,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해 4월말 2군에 내려갔다.
5월 10일 복귀한 김강민은 5월 한 달 동안 15경기에서 타율 0.433(30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는 듯 했지만, 6월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상대 투수 공에 머리를 맞는 불운을 겪었다. 김강민은 6월 3일 또 전열에서 이탈했다.
열흘 뒤에 1군에 올라왔으나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6월말 햄스트링 통증이 재발하면서 또 2군에 갔던 김강민은 7월 7일 복귀했지만, 13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7월 18일 또 1군에서 빠졌다. 이후에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잔부상과 부진으로 녹록치 않은 한 해를 보낸 김강민은 결국 시즌 뒤 은퇴를 결심했다.
2022년 SSG에서 함께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추신수가 2024시즌 전 이미 은퇴를 예고한 가운데 동갑내기 김강민도 그라운드를 떠난다.
SSG에서 23년, 한화에서 1년을 뛴 김강민의 은퇴식 개최 여부와 방식에도 눈길이 쏠린다.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활약하고 24년간 프로 생활을 이어온 김강민이 은퇴식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
한화 소속으로 은퇴했으나 SSG 원 클럽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은퇴식 개최와 관련해 양 팀의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이제 막 정규시즌이 끝난데다 시즌 막바지에 은퇴가 결정돼 은퇴식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다.
타 팀 선수가 됐지만 김강민을 향한 SSG 팬들의 애정은 여전하다. 김강민이 한화 이적 후 처음 인천을 방문한 3월 26일 SSG 팬들이 함께 응원가를 열창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른 더스틴 니퍼트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11~2017년 두산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8년 KT에서 뛰고 은퇴한 니퍼트는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로 두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은퇴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