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출하량 적고 유통 업체 자체 할인 중단이 원인
aT "가격 평균치로 실제 가격과는 차이 발생할 수 있어"
김동현 기자 = 농산물 유통 정보사이트에서는 배추 한 통 소매가격이 9000원 정도인데 실제 마트에서는 2만원 훌쩍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전통시장에서 실제 소비자들에게 유통되는 채소 가격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해서 발표하는 채소 평균가격에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된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9321원으로 전년대비 50.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 대비로는 29.15%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실제 유통되고 있는 배추 가격은 aT 조사 결과와 매우 다른 상황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배추값'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함께 게재한 사진 속 국내산 배추 가격은 2만2000원으로 표기됐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선 한 회원이 "아침부터 배추 때문에 이곳저곳 전화하고 비상이다"라며 "세 포기에 5만원이었다. 어제보다 더 오른 배추 가격에 가족 회의까지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aT는 8월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배추 출하량이 줄어든데다 추석 성수기 시즌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실시되던 유통업체의 할인 지원이 종료된 것이 평균 가격과 실제 가격 차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월 배추 출하량은 전년대비 2.0%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름 배추의 생산량은 34만2000t으로 전년대비 6.6%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10월 출하량도 전년대비 3.3%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4964㏊로 전년대비 5.3%, 평년대비 4.9% 감소한 탓에 생산량도 34만1886t으로 전년, 평년 대비 각각 6.6%, 8.5%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수요 대비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배추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추석 성수기 이후 정부와 유통사의 할인 지원 종료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대형마트 등에서 최대 40% 할인행사를 추진했고 배추에 한해 다음 달 2일까지 할인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 가격은 유통사 자체 할인 행사와 겹치며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추석이 끝난 이후부터는 유통사 자체 할인이 종료되면서 정부 지원만으로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기 힘들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또 채소 평균 가격을 산정하는 aT의 조사하는 방법으로 인해 차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의 실제 소비자 구입 가격을 따로 집계한 뒤 낸 평균치를 내기 때문에 실제 가격과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배추 1포기 가격이 2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는 정부 지원에 따른 1만5000원 수준의 가격이 통계치에 잡히지만 전통시장은 판매 가격을 그대로 차용해 통계치를 내는 방식이다.
전통시장에서 할인 효과가 선 반영된 농할상품권을 사용해 배추 1포기를 구입할 경우에도 대형마트와 동일한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통계치에서는 2만원으로 잡히는 등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는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aT 관계자는 "KAMIS에서 제공하는 농산물 가격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평균치를 낸 값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 가격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 화제가 된 2만원이 넘는 배추의 경우 수급 불안에 따른 결과로 일부 판매처에서 수요와 공급 불안으로 가격이 급등한 것일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평균적인 가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