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현 기자 =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섯달 연속 상승하며 집값 급등기인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았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최근 급격히 오른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가 단기간 내 진정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은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3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9조3000억원 늘며 집값이 치솟던 지난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최대폭이자 역대로는 9번째 증가폭을 보였다.
이중 주담대는 89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9월 한달 동안 8조2000억원 늘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18개월 연속 증가세기도 하다. 한은은 주택매매 증가와 대출금리 하락, 정책대출 공급을 비롯해 대출 규제 본격 시행에 따른 대출 막차 수요 발생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차장은 "8월에는 정부의 규제 본격 시행에 따른 대출 선수요가 발행했고, 휴가철 자금과 주식 저가 매수 수요 등이 있었지만 9월 일시적 요인이 해소될 것"이라면서 "정부 대책 이후 가격 상승폭 축소와 거래량 축소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10월 이후다. 9월에는 증가폭이 줄어든다고 해도, 미국의 금리 인하 등에 부동산 열기가 이어질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국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6월 4만3000가구에서 7월에는 4만8000가구로 뛰었다.이는 통상 2~3개월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등에 반영된다.
전날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위원이 "주택가격 상승률이 6월부터 가팔라진 배경"에 대해 묻자 관련 부서에서는 "정부정책과 금융여건, 수급 등을 과거 상승기와 비교할 때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는 단기간 내 진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내년 이후 전망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결제은행은 가계부채가 한국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BIS는 최근 발표한 정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중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 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부채는 자금 조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실물 자산이나 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로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역 U자형' 곡선을 그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이 저해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한편 우리나라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BIS 기준으로 지난해 말 222.7%에 달해 100%을 크게 뛰어넘는다. 이 중 가계부채가 100.5%, 기업부채가 122.3%였다.
BIS는 "역정책 대응을 통해 민간신용의 성장에 대한 역 U자형 관계는 개선할 수 있다"며 "불균등한 신용 증가의 완화, 주식시장의 역할 확대, 핀테크를 통한 금융중개 기능의 발전 등으로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신용이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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