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9~10월 인사평가 벌여…올해는 8월 공적서 제출
신세계그룹 작년 9월 20일 인사 단행…조기 인사 주목
이준호 기자 =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가 맞수 대기업들의 정기 임원 인사 시계추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상 경영'에 돌입한 유통 기업들이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 전문 인력을 수혈하는 경우가 점차 늘면서, 내부 임원 평가 역시 앞당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25년 정기 인사'를 앞두고 막바지 계열사 임원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상 10~11월 임원 인사 평가를 진행했던 롯데그룹은 지난 2020년부터 9~10월께로 인사 평가를 앞당겼다.
그러나 올해는 이보다 더 앞선 7월부터 제출 안내 공지를 하기 시작했고, 8월 중순 각 임원들이 자기 평가와 공적서 제출 등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부문 대표이사들과 HQ의 평가를 거쳐 현재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에서 해당 평가 내용을 토대로 인사 폭과 시기를 조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평가가 앞당겨진 만큼 정기 임원인사 발표도 예년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과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롯데건설 유동성 이슈로 이례적으로 12월 인사를 단행한 것을 제외하면 롯데는 통상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는 이보다 이른 10월 인사 발표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전무의 승진으로 경영 승계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어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해를 거듭할 수록 빨라지는 임원 평가 등 인사 배경에는 위기 의식과 함께 경쟁력·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영입이 자리한다.
실제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에도 장재훈 JLL(존스랑라살) 코리아 대표를 롯데물산 대표에,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를 롯데온 대표에, 롯데AMC 대표에는 김소연 HL리츠운용 대표를 내정하는 등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 전문가 인재를 대거 영입했다.
올해도 역시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한 만큼 외부 수혈을 통해 그룹 내 긴장감을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지난 7월에 열린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혁신'과 '책임 경영' 등을 강조하며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사실상의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그룹 내 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치다.
비상경영 체제의 일환으로 롯데면세점은 임원 임금을 삭감하고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했으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부문은 출장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바 있다.
또 롯데지주 임원들은 주6일제(토요일) 근무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며 비상경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올해 롯데그룹이 지주사 인원을 20% 가까이 줄이고 계열사 현업으로 전출시키는 등 슬림화 할 것이란 관측도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컨트롤 타워 임원 등 인력을 줄이고, 현장 경영을 강화해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인사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신세계그룹도 정용진 회장 취임 후 본격 비상경영에 들어가며 그룹 내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온 상태다.
이후 임원 중심의 '신상필벌 경영' 기조를 다지며 수시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9월 20일 '초(超)조기'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쇄신에 들어간 바 있다.
올해도 빠르면 이달 내 조기 인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기 임원인사에 대해 정해진 내용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