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관련한 현장 목소리 청취
투자자 다수가 폐지에 긍정적이라는 판단
야당이 반대만 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기선 잡기
한은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관련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퇴원을 앞두고 금투세 시행 폐지를 압박하고 기선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전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금투세 이슈가 민주당이 이야기하듯 99 대 1 갈라치기가 가능한 이슈인지 아닌지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민주당이 일종의 늪에 빠지고 있다. 이 대표도 굉장히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어느 정도 합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권은 지난 25일 예정됐던 대표회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금투세 폐지를 올릴 계획이었으나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일정이 연기됐다. 한 대표의 이날 한국거래소 방문은 이 대표 복귀 시점에 맞춰 금투세 폐지 협조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가 금투세 폐지 이슈를 부각하는 것은 여론 흐름상 불리할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투세 폐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소수일지 몰라도, 금투세 도입시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투자자들 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찬성한다는 논리에서다. 금투세 폐지 이슈가 한 대표가 강조하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잡기에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여야 대표회담 형식으로 제안했던 생중계도 회담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회담 전부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물론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는 목소리일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생중계가) 불편하다면 그것 때문에 여야가 못 만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생중계를 핑계로 여야 대표 회담을 무산 시키지 말라는 취지다.
여야는 이 대표가 퇴원하면 비서실장 단위의 실무협의를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실무진들은 일정과 의제를 다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