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기관 대규모 팔자…개인이 2125억 '줍줍'
"3Q 실적 부진 전망…당분간 주가 조정 흐름"
배요한 기자 =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어닝쇼크'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이틀 만에 30% 가까이 떨어졌다.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팔자'에 나서며 주가가 큰 조정을 받은 것이다. 반면 개인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주가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전일 대비 4000원(3.21%) 하락한 12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7일 어닝쇼크 여파로 주가가 24.9% 폭락한 이후 연이은 하락세다. 아모레퍼시픽은 이틀 만에 주가가 28.12% 빠지면서 시가총액 2조6497억원이 증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000억원, 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94% 하회한 수치다. 실적 부진은 면세점과 중국 매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면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819억원, 중국 법인 매출은 52% 하락한 759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악화로 투심이 위축되자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가 발생했다. 이틀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51억원, 1466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팔아치웠고, 개인은 2125억원을 순매수하며 줍줍에 나섰다. 개미들이 대거 유입되자 아모레퍼시픽 종목토론방에는 소액주주로 추정되는 글들이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그리 밝지않다. 국내 면세 부진과 중국 구조조정에 따른 실적 부진 영향이 3분기까지 지속되면서 당분간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 10곳 중 7곳은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실망스러운 실적을 기록한 점은 아쉽다"며 "코스알엑스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부진한 실적은 단기적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20만으로 낮췄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으로 중국향 비중이 계속 축소되고 있지만, 중국 법인의 비용 리스크는 당분간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중국 법인의 경우 당분간 사업 개편 움직임이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3분기 중국법인의 영업손실은 500억원, 4분기는 2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증권사 중 가장 낮은 17만원을 제시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면세 부진과 중국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적 부진 영향은 3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며, 이에 따른 주가 조정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을 제외한 해외 국가들에서는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어 비중국 지역 성과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가 미국을 넘어 기타 국가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고려할 때, 매크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돼 주가는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