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재무 상황이 이어지며 민간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가운데, 글로벌/한국 소비자 심리 파악 및 기업 전략 수립에 유용한 분석 지표가 공개됐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딜로이트 Consumer Signals(Link (https://www2.deloitte.com/kr/ko/industries/clients-industries/consumer-signal-index.html))’ 인덱스는 한국 포함 20개국 국가별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설문 및 심층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 구매 우선순위와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 지수화해 추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지표다.
이번 발표된 인덱스에는 소비자 인플레이션 우려 지수,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FWBI), 소비 의향 지수, 품목별 소비 의향, 과시성 구매 금액, 자동차 구매 의향 등이 포함됐다. 인덱스 데이터 분석 결과, 현재 많은 소비자는 얇아진 지갑 사정에 생활비 절감을 시도하고 있으나 자기만족을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 우려 커지고 지갑 닫는다… 미국 소비 의향 지수 -16%
딜로이트의 ‘글로벌 소비자 인플레이션 우려 지수’는 최근 물가 둔화로 정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우려 지수는 2024년 4월에 73.3%를 기록했으나 5월에는 72%로 하락했다. 특히 미국이 79.9%에서 73%로 전월 대비 가파른 하락을 보였으며, 반대로 한국은 64.1%에서 65%로 소폭 반등했다.
‘소비자 재정적 웰빙 지수(FWBI, Financial Well-Being Index)’는 임금 정체 및 물가 반등 우려로 역시 2024년 이후 하락세다. 2023년 상반기 글로벌 102.3, 미국 100, 한국은 94.6을 기록한 가운데 2024년 5월 글로벌 지수는 102.8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미국은 98.4, 한국은 90.6으로 낮아졌다. 현재 재정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한국(35%)이 미국(37%)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미래 재정 상황의 개선 전망에 대해서는 한국(33%)이 미국(42%)보다 부정적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소비자의 다음 달 예상 지출 변동을 나타낸 ‘소비 의향 지수’도 인플레이션 우려 증가 및 재무 건전성 하락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24년 5월 기준 글로벌은 -3%, 한국이 0%를 기록했으며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미국은 무려 -16%를 보였다. 금리인하 연기 및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절약 기조 지속으로 한국과 미국의 저가 브랜드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가성비를 앞세운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한국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증가했으며,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식음료 중심 과시성 소비 늘어… 한국 지출 4위
한국 ‘품목별 소비 의향’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2024년 5월 기준 높은 식료품 구매와 주택 거주 비용 비중에도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저축 및 투자에 지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특히 55세 이상이 다른 세대보다 높은 비중으로 저축 및 투자를 실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세부터 34세까지 젊은 층들은 개성 노출과 자기관리 및 여가 활동과 같은 소위 과시성 소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과시성 구매 금액’ 분석에 따르면 주로 프리미엄 주류 등과 같은 식음료 분야(한국 31%, 미국 46%)에서 과시성 소비가 이뤄지는 중이다. 세계적으로 식음료 과시성 구매에서 생활용품 대비 약 3~4배 높은 소비가 이뤄지는 것도 눈길을 끈다.
과시성 구매 주요 동인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의 경우 정서적 위안(23%), 스트레스 해소(16%), 실용성(12%)이, 한국의 경우 정서적 위안(15%), 실용성(15%), 취미생활(13%)이 높은 답변을 얻었다. 또 한국의 월평균 과시성 소비 금액은 59달러(8만원)로 집계돼 평균 41달러로 확인된 글로벌 20개국 평균에서 4위를 차지했으며, 15위에 오른 미국 35달러와 비교해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이번 발표된 인덱스를 활용한 분석 리포트 ‘Consumer Signal Q2: 불황에도 지속되는 자기만족성 소비’에서 2024년 들어 소비자들이 강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식음료를 중심으로 정서적 위안, 스트레스 해소 및 실용성 등을 위한 과시성 구매에 나서는 패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 행동을 고려해 개인 맞춤형 제품 등으로 지출 불안감을 줄이는 장치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초저가 및 초대형 상품은 물론, 특정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는 고가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정서적 위안 및 스트레스 해소와 실용성을 강조해 과시성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소비자 부문 리더는 “재무 상황이 어려워도 소비자들은 정서적 위안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과시성 소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본 인덱스를 통해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 앞으로 소비자들이 절감하고자 하는 지출의 규모 그리고 어떤 품목이 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 소비재 및 유통 기업의 사업 전략 마련에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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