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보다는 심장 손상도가 주요 위험 인자"
백영미 기자 =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심장이 아닌 다른 질환을 수술할 경우 추가 위험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라도 무증상이면 비심장 수술 위험이 일반 환자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성지·박민정 교수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무증상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218명을 대상으로 해당 질환이 다른 질환 관련 수술에도 실제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결과를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와 나이가 같고(평균 73세), 대동맥판막협착증만 없을 뿐 다른 조건이 엇비슷한 환자 436명을 대조군으로 비교한 결과 수술 후 주요 심혈관계 이상 반응은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환자가 5.5%로, 대조군(4.6%)에 비해 0.9%포인트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사망, 심장마비,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같은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수술 후 발생 가능한 여러 합병증 역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증상보다는 심장 초음파로 확인한 심장손상도(cardiac damage stage)가 주요 위험 인자라는 게 처음으로 밝혀졌다. 심장손상도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 의한 심장손상 정도를 분류한 것으로 0~4단계로 나뉜다.
0단계는 아무런 심장손상 징후가 없는 경우, 1단계는 좌심실 손상, 2단계는 좌심방과 승모판 손상, 3단계는 폐맥관 또는 삼첨판 손상, 4단계는 우심실 손상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수술에 따른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박성지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협착증 환자가 고관절, 무릎, 암 수술 등 비심장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중증 대동맥판협착증이 있다는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무증상이거나 대동맥판협착증에 의한 심장 손상도가 낮은 경우 수술 위험이 일반 환자와 다르지 않아서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로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협착증 환자들이 비심장 수술의 위험도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