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익명 보장 '보호출산제' 법제화 필요…안전장치 마련해야"
조성현 기자 = 출생신고 없이 사회적으로 삭제된 영유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산모가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이 제도는 출생통보제로 인한 '병원 밖 출산'이라는 부작용을 막는 보완책이 될 수 있어서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국 출생 아동 30만2676명 중 1556명(0.5%)이 병원 밖에서 태어났다.
충북지역에선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출생신고가 안 된 무적자 아동이 79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7건에 대해선 경찰이 지자체와 함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는 '임시 신생아 번호'가 자동 부여돼 출생 사실이 조회 가능하지만, 병원 밖 출산은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줄 의료기관이 없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다.
산모 외 누구도 영아의 출생 사실을 알지 못하다 보니 자녀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범죄도 끊이지 않는 추세다.
지난 2021년 8월에는 20대 산모가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식당 앞 10ℓ짜리 음식물 쓰레기통에 자신이 주거지에서 낳은 아이를 유기해 경찰에 검거됐다.
행인의 신고로 붙잡힌 이 산모는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4월에는 청주의 한 상가 화장실 변기 안에서 임신 5개월 만에 조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아가 몸에 탯줄을 감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산모의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보호하고, 산모가 아이를 의료기관에서 낳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보호출산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의원 19명은 전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보호출산은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아기의 생명권과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호하는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극적인 사건을 이제는 법과 제도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덮어두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가 절망감으로 궁지에 몰린 여성과 아기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호출산제도의 도입을 촉구했다.
앞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의 대책으로 출생통보제가 지난달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출생통보제)'은 의료기관이 출산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전달하고, 심평원에서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는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의 부모에게 출생신고를 독촉해야 하고, 부모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의료기관장이 심평원에 출생 관련 정보를 통보해야 하는 시점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로 규정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 통보를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 조항은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출생통보제 통과에 따른 부작용인 병원 밖 출산을 막기 방지하기 위한 '보호출산제'의 경우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