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기자 = 보컬그룹 '노을'의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를 비롯 김재중·김준수까지….
가수 김찬호(28)는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재학 때부터 가이드 녹음을 했고, 인기 가수들의 대표곡의 '가이드 보컬'로 이름을 날려왔다.
작곡가가 자신의 곡을 다른 가수에게 미리 들려주기 위해선, 가(假)녹음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보통 '가이드'라고 부른다. 좋은 가이드 보컬은 곡을 잘 포장해야 하는데 정확한 음정은 기본이요, 귀에 감기는 음색·설득력이 배어 있는 호소력도 필수다.
김찬호가 최근 발표한 새 싱글인 여름 발라드 '어떤 날, 그럴 때면'도 원래 그가 예전에 가이드 녹음했던 곡이다. 작곡가 빅가이로빈(bigguyrobin)이 작곡했는데, 김찬호는 그와 일찌감치 '가이드 녹음' 콤비로 통했다.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의 가이드 녹음을 통해 노을 소속사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와 연이 이어져 이 회사 소속 가수가 되기도 했다.
최근 충무로에서 만난 김찬호는 "가이드는 사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녹음했다"고 말했다. "(직접 좋은 노래를 발표할 수 있는) 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이드 경험을 하면서 노래를 연습했고, 거기서 많은 걸 배웠다"고 긍정했다.
활동명 노아(Noah)에서 본명 김찬호를 내세운 그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찬호의 한자는 빛날 찬(燦)에 도울 호(護). 노래 부르기를 도와 남을 빛내던 그가 이제 스스로 빛날 채비를 마쳤다.
2017년 3인조 남성 보컬 '미더(Meither)'로 데뷔한 김찬호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솔로 활동으로 전향했다. 엠넷·tvN 오디션 '보이스 코리아 2020'을 통해 이름을 알리려는 찰나 입대를 했다. 군악대에서 색소폰을 불며 호흡을 다진 그는 지금도 각종 커버와 버스킹 무대로 초심을 다지고 있다.
김찬호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바꾼 노래로 꼽는 '해줄 수 없는 일'의 주인공인 박효신 그리고 성시경 등 우리나라 대중음악 발라드 계보를 잇는 가수들의 노래를 열심히 듣고 따라불러왔다.
"음색이면 음색, 테크닉이면 테크닉이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을 따라한다고 해도 제가 감히 비슷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자신의 색깔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어떤 날, 그럴 때면'은 홀로서기의 과정 중에 있는 노래다. 누구나 겪었을 이별의 아픔과 지나간 추억을 찾는 슬픔을 담은 발라드.
김찬호는 "이제 공감대 있는 멜로디를 찾기는 어렵고, 작사적인 부분에서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으며 귀에 꽂히는 가사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노래 부르기에서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은 '힘 빼기'. 멀리 가기 위한, 일종의 숨 고르기다. 열심히 잘 부르는 것보다 이 부분이 더 어렵다고 했다. 이를 통해 김찬호가 바라는 건 "잘 견디기"다. "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잘 버티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