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오른 배달료 뺀다고? ...현실 반영못하는 정부 물가지표
5배 오른 배달료 뺀다고? ...현실 반영못하는 정부 물가지표
  • 뉴시스
  • 승인 2022.03.0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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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현 기자 =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앱 3개사의 배달비용을 조사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월 외식물가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오름세를 잡기 위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2022.02.21. livertrent@newsis.com
백동현 기자 =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있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 앱 3개사의 배달비용을 조사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월 외식물가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오름세를 잡기 위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2022.02.21. livertrent@newsis.com

류난영 기자 = 최근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있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에 머물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관리하는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소비자물가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물가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언급하면서 물가 지표가 최근의 소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최근 비대면 거래의 증가와 맞물려 배달서비스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직접구매 시 소비자가 부담하지 않는 배달서비스 비용이 비대면 소비시 비용으로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의 지출비용에서 배달서비스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가계의 소비행태 변화가 물가지표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료는 460개 소비자물가지수 품목에는 빠져 있지만 개인서비스 중 외식 항목, 개인서비스 중 택배 이용료에 일부 반영돼 있다. 하지만 실제 배달료 부담을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배달료가 별도 지표로 있지는 않지만 외식비에 일부 반영 하고 있다"며 "이동 거리별로 배달비가 다르고, 음식점마다 배달 비중도 다르기 때문에 전체 매출액 대비 배달 비중을 감안해 산정하고 있어 배달료를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 따로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배달료는 배달서비스 이용 비중이 높은 외식 품목과, 개인서비스 중 택배 이용료를 통해 일부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달료는 치솟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들은 올해 초 기본 배달료를 1000~2000원 가량 인상했다. 한때는  무료 배달도 많았으나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배달료가 훌쩍 뛰어 기본요금이 4000~4500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 할증이 붙는데 수요가 몰리는 주말이나 점심, 저녁, 심야 시간대에는 6000~1만원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다.

식자재 가격 급등, 배달비 상승 등으로 외식 물가도 근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외식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5% 올라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외식비가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67%다.

한은 자체 시산 결과 올 1월 기준 39개 외식품목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가격이 올랐다. 이 가운데 3% 이상 상승한 품목은 34개로 전체의 87.2%를 나타났다. 한은은 올해 외식물가가 수요 회복, 재료비 인상 등에 따른 추가 상승 압력이 상존한 데다 하방 경직성이 커 올해 중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치솟는 배달비, 외식비에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번달부터 배달 수수료, 외식비를 공시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플랫폼별 배달비를 공개하는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김밥, 햄버거, 치킨 등 12개 외식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을 '더(The) 외식', 농산물 유통정보(KAMIS) 홈페이지에 매주 공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 트랜드 자체가 바뀌고 있는 만큼 실제 체감 물가와 괴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배달료를 소비자물가 지수에 별도로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음식, 택배 등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배달 인력 부족으로 배달비가 크게 뛴 것으로 보인다"며 "외식비에 일부 배달료가 포함돼 있다해도 전체 반영이 안 됐을 수 있고, 비대면 수요 증가 등 소비 트랜드 자체가 바뀐 만큼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 배달료를 별도로 넣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의 괴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단 배달료 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물가 지표에 주거비를 넣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지표에는 자가주거비는 빠져있고 전·월세 등 임차 가구만 포함돼 있다. 보조지표로 '자가주거비'를 내 놓고는 있지만 소비자물가에는 반영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은 다른 선진국들은 '자가주거비'를 물가 지표에 반영하고 있다.

큰 폭으로 뛴 품목들이 소비자물가에 빠지면서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와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된 측정 방식을 사용하고 있거나 금융 환경 변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측정 방식이나 시차,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 및 물가 관련 지표들이 실제 경제상황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사례를 보면 소비자물가지수 내 임차비용 항목의 경우 시장의 평균적인 가격으로 측정되고 있어 최근과 같이 주택 임차비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그 영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처럼 통계청의 발표와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가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가중치가 실생활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460개 품목의 가격 변화에 지출 비중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해서 산출한다. 통계청은 물가의 소비자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중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를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가 구매하지 않는 파트까지 고려한 가계의 평균 지출을 가지고 산출하기 때문에 체감 물가가 소비자물가 보다 더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제품들로 구성된 지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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