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감염돼 증상이 시작된 환자에게 이미 감염됐던 환자의 혈장을 초기에 투여하면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소트로비맙'이라는 단일항체 치료제와 곧 승인될 예정인 항바이러스 치료제 이외에 오미크론 감염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생겼다고 WP는 강조했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원과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과학자들이 증상 발현 초기에 혈장을 투여하면 입원률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진행됐다. MedRxiv라는 웹사이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번 결과가 항체가 많이 포함된 혈장을 조기에 투여함으로써 중증화 단계에 이르지 않은 환자의 입원을 막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홉킨스의과대학 의과교수겸 논문 공동저자인 켈리 케보는 성명을 발표, "우리 연구 결과는 (혈장 투여가) 비용이 적고 널리 사용될 수 있으며 변이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홉킨스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 대니얼 핸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험에 사용된 혈장이 백신 접종이 널리 이뤄지기 전에 수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은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에 상륙하기 전에 종료됐으나 연구자들은 이번 결과가 오미크론 감염에 대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홉킨스 보건대학원 분자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 겸 논문 공동 제1저자인 데이비드 설리번은 백신을 접종했거나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의 혈장에 항체가 많아 오미크론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많이 진전되면서 항체를 가진 혈장을 구하기도 쉬워졌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설리번 교수는 "백신 접종 혈장의 (항체) 역가가 높기 때문에 입원을 예방하는 새 방안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전세계적으로 항체가 많은 혈액을 기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혈장 생산 기반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덕분에 혈장 치료 방식이 빠르게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이 지적했다.
홉킨스의과대학 수혈의학과장 애론 토비안은 "모든 병원에서 매일 혈액 수혈을 하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다. 혈장을 수혈하면 입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혈장 치료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초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의사들이 혈장치료법이 도움이 될 것을 절실히 원했다. 그러나 연구가 성공하지 못했고 혈장치료법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커지면서 사용되지 못했다.
트럼프 정부는 팬데믹 초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혈장치료법을 한가지 방안으로 추진했었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8월 치료법으로 긴급 승인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당시 스티븐 한 FDA 국장이 혈장치료법의 효능을 과장해 큰 비판을 받았다. FDA는 지난 2월 항체가 많은 혈장을 입원환자의 초기 치료에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일부 임상시험에서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번 달 혈장 치료법을 코로나 치료법으로 권고하길 거부했다.
그러나 가장 최신의 연구 결과는 적절한 혈장을 적기에 치료제로 사용하면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치료법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혈장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오미크론은 지난 주 미국내 새 코로나 환자의 73%를 차지했다.
단일항체치료제 대부분은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원을 막지 못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3차례 접종할 경우 오미크론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와 입원을 줄여준다.
머크와 화이자사가 개발한 치료약도 빠르면 이번 주 FDA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나 제약이 있다. 머크 치료제는 예비임상결과에서 예상한 것만큼의 효과가 없으며 화이자 치료제는 당분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전망이다.
존스홉킨스의 혈장 치료 임상결과에 따라 일부 과학자들이 FDA에 혈장치료를 외래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혈장은 입원환자에만 허용되며 이들은 혈장치료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과학자들은 FDA에 보낸 청원 서한에서 "외래환자에 대해 (혈장) 긴급사용 승인을 확대함으로써 의사들이 오미크론에 대처하는 안전하고 절실한 수단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단일항체) 치료제가 줄어듬으로써 생긴 공백을 즉시 메울 수 있다"고 밝혔다.
FDA 청원 서한 공동 작성자이자 홉킨스대학 공동연구자인 아르투로 카사데발은 "핵심은 오미크론"이라고 강조했다.
홉킨스보건대학원 미생물학, 면학학 및 감염병학 과장인 그는 대부분의 단일항체치료제가 없어져 "주 방어수단이 사라졌다"면서 단일항체를 치료제로 사용해온 병원들이 많으며 이 병원들이 혈장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치료법은 또 WHO가 혈장치료법에 대한 입장을 변경하면 국제적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염병학자인 홉킨스 보건대학원 전 학장 알프레드 좀머는 "개발도상국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비용이 적게 들고 쉽게 생산할 수 있으며 보급하기도 쉬운 혈장치료제가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좀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정기적으로 환자의 혈액을 수집하고 있고 혈장에 항체가 많은 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일이라도 가능하다"면서 혈장치료법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FDA 청원 서한에 서명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의과대학 리스-앤느 피로프스키 의학교수는 혈장치료법을 외래환자로 확대 하는 것이 오미크론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국가안보상 중요 문제"라고 말했다.
한 연방정부 당국자는 FDA가 혈장치료를 외래환자에 적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버밍행 앨러배머대학교 감염병 책임자 쟌느 마라초는 혈장치료가 "효과가 없음을 보인 기존 연구들을 감안해" 새 연구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혈장 치료법을 널리 사용해야 하는 현실성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다른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혈장치료제가 특히 유용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설리번 교수는 성명에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예측불가능하게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특히 백신과 단일항체 치료제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그렇다. 우리 연구는 항체가 풍부한 혈장이 외래환자에 대한 치료법이 돼야 한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