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의회 갈등의 골 깊어져
조현아 기자 =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놓고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면서 서울시정 운영에 난항이 예상된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박원순 지우기"라고 반발하는 서울시의회를 향해 연일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의회 110석 중 99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의회는 서울시에 "의도적 도발이자 정치적 난동"이라며 지난 4일 오후부터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했다가 전날 오후 늦게 재개했다.
서울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된 것은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추진된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추진한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고,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에서 관련 사업 예산을 832억원 삭감했다.
이후 서울시의회의 반발이 지속되자 서울시는 지난 4일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예산 문제는 과거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지적한 것"이라며 박 전 시장 시절 민주당 시의원들이 비판한 발언들을 모은 A4 용지 3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일부 특정 시민단체가 권력화되고, 순환된 인사 속에서 다시 서울시 집행부로 들어오고, 또 다시 수탁을 받아 일한다", "일부 시각에서 박원순 시장이 마치 시민단체를 먹여살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민주당 시의원들의 발언이 담겼다.
서울시는 이튿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시의회가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바로세우기 브리핑' 이후 갑자기 입장을 바꿔 문제점들이 제기된 특정 민간위탁금 수탁 단체, 특정 민간보조금 수령 단체의 편에 서서 대변하는지 의문"이라며 "서울시는 이제라도 문제점들을 제대로 해결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서울시의 비판에 시의회 민주당은 당초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잠정 연기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행정사무감사를 뒤로 미룬 채 긴급 의총을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양측이 각종 현안마다 충돌하면서 무상급식 등을 놓고 맞붙었던 지난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준예산 편성 사태'가 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준예산은 내년 예산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그해 예산에 준해 이듬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준예산 편성으로 가게 되면 서울시가 내년 추진하려는 신규 사업 등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시민단체 예산 삭감뿐 아니라 교통방송(TBS) 예산 삭감, 서울런 등 '오세훈표 사업' 예산 확대 등 현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오는 10일 예정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난항을 빚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온 김 후보자에 대해 시의회는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시의회의 반대에도 오 시장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서울시와 시의회 간 또 한 번의 후폭풍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