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동안 고민했지만 이런 판결 할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
이병찬 기자 = 법원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유족이 충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화재 현장 소방대응 책임론을 주장하던 유족 측과 도의 갈등이 일단락될지 관심이 쏠린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민사부(부장 남준우)는 7일 유족 측이 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1심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화재 현장의 무선통신 장비 고장, 굴절차 조작 미숙, 2층 목욕탕 요구조자 미전파, 지휘관의 구체적 지휘 소홀 등 유족이 주장하는 소방의 과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소방의 과실과 피해자들의 생존 가능성과의 인과관계는 부족하다"면서 이같이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소방이)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실제 구조에 걸린 시간과 생존 가능 시간, 화재 확산 속도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부족해 보인다"며 "원고(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1층이 주차장인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특성과 외벽 드라이비트, 방화벽을 설치하지 않은 구조적 특성도 고려했다"고 부연하면서 "2개월 동안 고민했지만 이런 판결을 할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며 방청석의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청석에 있던 일부 유족은 "재판이 개판이다, 이런 재판이 어디 있나"라며 언성을 높이며 반발했다. 유족 대표는 재판 후 항소 의지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모르겠다"며 참담해하면서 자리를 떴다.
한 유족은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유족 모두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화한 불로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 18명이 숨지는 등 건물 안에 있던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족 80여명이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56)씨를 상대로 낸 손배소에서는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가 산정한 손배액은 121억5000만원이었다.
유족 측은 이와는 별개로 "소방 지휘 책임은 충북도에 있다"며 도와 마찰을 빚어왔다. 도는 유족 측에 사망자 1인당 2억원 대의 위로금 지급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합의서에 "책임 인정" 명시를 주장하는 유족 측의 요구를 도가 수용하지 않자 민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