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저격수' 윤희숙 깜짝 출마…野대선판 활기 기대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대선 출마 '깜짝' 선언 '경제 대통령' 표방, 정책대결 주도적 역할 예상 올드보이 일색 당은 반색 "초선 바람 일으킬 것"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이 대선 도전을 선언하기로 함에 따라 당내 대선주자 간 경쟁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의원은 대선 출마를 놓고 고심하던 끝에 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결정했다. 친분있는 주변 의원들에 사전 상의나 조언을 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당 내에선 "놀랍다"는 반응이다. "정통 경제 학자 출신으로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이 있다"는 게 당내 평가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의원의 대권 도전이 침체된 당내 대선 경선에도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초선 의원 중 첫 대선 출마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윤 의원은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걸고 존재감을 부각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각종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대신 새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본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반발 속에 '임대차3법' 처리를 강행했을 때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반대 연설로 화제를 일으켰던 윤 의원은 그간 줄기차게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집중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정부여당의 정책에 날을 세우면서도 이념을 기반으로 한 진영논리 대신 객관적 논리와 합리적 비판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해 야당의 선명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재산비례 벌금제,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원 지원 등의 민감한 이슈를 놓고 설전을 벌여 '이재명 저격수'로도 불린다.
윤 의원은 보수정당에서 세력화가 쉽지 않은 여성 초선의원임에도 높은 대중 인지도를 갖춰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원내대표·당대표 경선 등에서 끊임없이 유력 후보군에 거론됐다. 초선이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꿩 잡는 매'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윤 의원이 '이재명 저격수'로 불릴 만큼 야성(野性)이 뛰어나 당내 대선 경선에서도 판을 흔들 '메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기에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0선' 이준석 대표가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켜 당선된 것처럼 윤 의원도 '초선'의 한계를 딛고 경쟁력 있는 잠룡으로 부상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 내에선 윤 의원의 대선 출마를 환영하면서도 다목적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대권 도전은 하태경 의원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것을 비롯해 홍준표 의원, 김태호 의원 등이 비중있게 거론된다. 원외에선 황교안 전 대표가 뛰어 들었고,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대선 출마가 예정돼 있다.
역대 선거와 달리 이번 대선에선 이례적으로 '0선'의 정치신인이나 무(無)계파 비주류가 잠룡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힘의 대권주자 중에선 이를 충족시킬 만한 후보감이 많지 않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당 밖 대권주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입당을 촉구하는 것도 경선 흥행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의 대선 출사표가 기존 '올드보이' 일색인 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란 기대감뿐 아니라,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함께 하고 싶은 국민의힘 의원 1순위로 꼽았다는 점에서 향후 국민의힘 영입에도 윤 의원이 일정부분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로 합리적인 비판을 해온 만큼 대선에서 정책대결을 잘 할 수 있고 시대적 요구에도 부합하는 인물"이라며 "이런 흐름에서 초선으로서 큰 물꼬를 텄다. 능력 뿐만 아니라 인지도도 높아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었던 것처럼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른 3선 의원은 "당 내에 능력있는 젊은 의원들이 용기를 갖고 대선에 출마하는 건 바람직하다"며 "다만 경쟁 구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