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공천 면접서 '필승 전략' 봇물…"외연 확대해야"
서울 30곳, 세종 1곳, 경기 1곳 등 총 32곳 84명 대상 나경원, 김성태, 정양석, 김선동, 오세훈, 권영세 등 참여 상대 후보 판세 분석, 현역 의원 거부감 등 '송곳 질문'
자유한국당은 12일 4·15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공천 신청자들 가운데 '적격자'를 가려내기 위한 공천 면접 심사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현역 의원은 물론 열세 지역 공천신청자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후보자들은 중도층 외연 확장, 인접 선거구 후보간 연대, 노동친화적인 정당 등의 필승전략을 내놓았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서울 지역 30개 선거구를 비롯해 세종 1곳, 경기 1곳 등 32개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한 총 84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공천 면접 심사를 실시했다.
공천 면접 첫 날은 한국당의 열세 지역인 강북과 강서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서울 용산(9명), 경기 파주을(9명), 서울 광진구갑(5명) 등은 공천 신청자들이 몰려 경쟁이 치열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광진을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등 경쟁자가 없는 지역구도 있었다.
공관위원들은 '험지'에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들에게도 열세 지역에서의 선거 필승 대책, 유권자 구조, 취약점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피면접자'들이 진땀을 흘렸다.
정양석 의원(강북갑)은 "서울에서 우리당 지지도도 열세지만 제가 재선 의원으로서 현역의원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거부감, 저항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질문을 해왔고, 시원하게 답변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서울에서 지역활동을 해보면 그 어느 때보다 보수 유권자 층이 강하게 결집돼있다는 것을 느꼈고, 보수층이 결집할 때는 여당 측도 조용히 결집돼있을 것"이라며 "서울 선거의 경우 후보자가 스킨십이나 개인기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각자 진영만 결집하면 서울 선거가 불리해진다. 중도를 향한 외연 확대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 흠결이 적어야 하고 중앙당 핵심공천, 중도층 겨냥 공약 등이 병행돼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고 선거전략을 제시했다.
김선동 의원(도봉을)은 본인 강점, 상대후보 분석, 당선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김 의원은 "저 자신이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 당선 가능한 유력한 축이라 저 혼자의 당선뿐만 아니라 이웃지역과 협력해 연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과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천갑에 출사표를 던진 김승희 의원(비례대표)은 운동화를 신고 면접장에 들어섰다. 그는 필승 전략을 묻는 질문에 "주민이 원하는 민원을 해결하고 눈높이에 맞춰서 공약개발을 통해 소통하면서 주민을 보듬을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1분만 자기소개 시간이 주어지고 다른 분도 말씀하셔야 해서 가진 장점이나 역량을 충분히 표현할 기회는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역인한 김성태 의원(강서을)은 자신의 지역구를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비유하면서 30여년 만에 3선을 일궈낸 저력을 내세웠다.
김 전 원내대표는 "서울시 임대 아파트 15% 정도가 지역구에 밀집했다. 많은 취약계층, 장애인이 어우러져있다"며 "한국당은 앞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노동자를 존중하는 정당으로 전략적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KT 채용비리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원내대표는 "공관위원들도 상당히 정치 보복적인 수사였고 1월에 무죄 선고가 내려진 것도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을에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나경원 의원도 10여분간 면접을 봤다.
그는 '지금 서울 지역 전체가 어려운데 어떻게 선거에 임할 것인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이력이 지지층에게는 굉장히 환호를 받지만 민주당 쪽에서는 표적 공천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나 의원은 "저는 이번에 동작을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그동안 '강남4구 동작을'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동작구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고 성과가 있다는 것은 많은 주민이 인정하고 있다"며 "동작에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지역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공동선대위원장이나 권역별 선대위원장 제안이 온다면 응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나 의원은 "어떠한 방법이든 당의 승리와 지역구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며 "어떤 역할이고 어떤 자리냐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오전에는 서울 중구성동구갑, 용산, 광진갑·광진을, 동대문갑·동대문을, 중랑갑, 성북갑·을, 노원갑·노원을, 서대문갑·서대문을 등에 대한 면접이 치러졌다.
용산구는 4선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역구로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용산구 공천면접에는 권영세 전 주중대사, 김기현 당대표 정무특보, 김광만 전 호남대 초빙교수, 김경대 전 한국당 용산구청장 후보, 이강언 전 한나라당 대표 특보, 이일현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이사, 조상규 변호사, 허용석 전 관세청장, 황춘자 전 용산구 당협위원장 등 9명이 참여했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면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전략에서 용산이 만만치 않은 데니까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이길 수 있는 건 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은 "용산은 후보가 많아서 또 다른 경선 방식으로 골라서 나갈 것"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냈다. 김기현 특보는 "특정 스펙이나 화려한 부분만 보지 말고 진정 여당과 싸울 투사를 공천하는 데 방점을 찍어달라"고 공천위원들에게 호소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광진을에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오세훈 전 시장은 경쟁자가 없어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으로 면접에 임했다.
오 전 시장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출마설과 관련, "누가 오든지 최선을 다해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선거 때만 되면 한강벨트다, 동서남북 권역별 거점이다,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고는 보지 않는다. 좀 더 정교한 선거전략이 수립돼야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