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6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노인돌봄 문제, 피할 수 없다
핵가족화, 인식 변화로 가족 돌봄 약화 '신노년', 요양원보단 살던 집 거주 원해 "이윤 추구보다는 서비스 질 담보해야"
구무서 기자 =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노인 돌봄 문제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2만1286명)의 20%를 차지했다.
유엔(UN)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기면 '고령사회',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사회 진입 후 6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고령화와 사회보장 재정 현황 및 전망' 자료를 보면 고령사회 진입 후 초고령 사회가 되기까지 일본은 11년, 덴마크는 42년, 스웨덴은 48년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주요 국가적 과제 중 하나로는 노인 돌봄 문제가 꼽힌다. 핵가족화와 인식 변화 등으로 전통적 돌봄 주체인 '가족'보다는 사회적 돌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독거노인) 비중은 2020년 대비 13%포인트(p) 감소한 32.8%이고,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는 20.1%에서 10.3%로 반토막이 났다.
또 베이비부머 등 '신노년'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등 입원·입소보다는 살던 곳에서 돌봄 등의 서비스를 받길 원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논문 '노인의 생활환경과 노후생활 인식'에 따르면, 희망 거주 형태로 87.2%가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를 선택했고 건강이 악화돼 독립적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48.9%는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자녀나 형제·자매 집에서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자녀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인 돌봄을 사회에서 분담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사회적 돌봄의 충분하지 않아 돌봄의 대부분은 가족 등이 부담하는데, 지난 6월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60년대생 9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98%가 앞으로 돌봄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돌봄이 필요할 때 원하는 곳은 살던 집이 52%, 노인요양시설 22%, 실버타운 20% 순이었고 노인요양시설에 대해서는 5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나 적극 입소 의향은 32%에 그쳤다. 입소하고 싶지 않다는 비율도 58%로 높게 나타났다.
충분한 돌봄 제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족 간 비극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지난 6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기가 힘들어지자 형제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건이 있었고 5월에도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수개월 동안 상습 폭행하고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가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도 중증 장애가 있는 친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가 실형을 받았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장기요양기관 유형별 현황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장기요양기관은 전국에 2만8868곳이 있지만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한 기관은 256개소로 전체의 0.9%에 그쳤다. 올해 7월 기준으로 153개 시군구는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고령화와 사회보장 재정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고령화 수준이 유사한 시점에 주요 국가별 GDP 대비 사회복지 재정 현황을 보면 일본 15.1%, 스웨덴 25.2%, 독일 26%, 덴마크 29.6% 등으로 우리나라(12.2%)보다 높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가족이나 구매력이 없는 분들을 사회가 어느 정도로 돌볼 것이냐가 핵심인데, 결국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며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버산업으로 이윤 추구만 하기보다는 돌봄 제공자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하고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