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에 북미대화 시간문제…고민 깊어지는 한국

트럼프, 1기때 풀지 못한 북한 문제 해소 시도 관측 안보환경 달라져 더 양보해야…핵동결 선택할수도 "韓 비핵화 빠진 협상 대비해야…거래적 사고 필요"

2024-11-10     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내년 1월부터 출범하는 차기 행정부는 국경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대규모 관세 부과 등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차례차례 실행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미대화 역시 한갈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단골 유세 소재 중 하나였다. 대통령 재임 시절 문제적 독재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외교수완을 강조하는 식이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풀지 못한 매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세차례 회동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못했다. 오히려 협상 결렬 후부터 북한은 문을 걸어닫고 핵무기 개발에 더욱 몰두했다. 타고난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경력에 오점을 남긴 셈이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북한과의 대화가 최우선순위는 아니지만, 임기 내 성과를 보기 위해 일찍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이 두번째 임기라 연임이 불가하다.

이번 대북협상은 1기 때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보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의 핵무기 기술은 더욱 고도화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중심으로한 대북제재는 사실상 약화됐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심화하며 숨통을 더욱 넓혔다.

협상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미국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숨통을 다시 조이지 않는 한 비핵화가 아니라 군비통제, 즉 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국장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할 것이란 점은 의심하지 않지만, 더욱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을 (대북 압박에)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북한과 대화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보다는 군비 통제와 확산 제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급작스러운 정책 전환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깊은 고민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미는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는데 보조를 맞춰왔다. 만반의 안보 태세를 갖춰 북한 도발에 대응하면서 북한이 마음을 고쳐먹고 대화 제안에 응하도록 촉구하는 식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예고되는데, 윤석열 정부가 돌연 이에 보조를 맞춰 대화적 접근을 취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간 쌓인 남북갈등이 한순간에 해소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나홀로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자칫 북미대화 과정에서 일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대화에서 배제될 경우 한국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군비통제, 핵동결 논의가 한국을 배제하고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상황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일했던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하든 아니든,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을 수도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높은 대화재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은 트럼프 1기의 미완성 유산"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한미 혈맹의 역사적 성격에 대한 감정적 호소나 워싱턴선언이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등 바이든 행정부의 이니셔티브 유산에 매달리려는 노력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지극히 거래적인 트럼프와는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선 보다 더 거래적인 사고방식이 필수다"고 조언했다.

스탠가론 국장은 "한국은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이견이 없도록 해야하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적극 노력하는 것이 한반도 안정을 보장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