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대선 첫 보고서…"트럼프 대중수출 6%↓…해리스는 5%↓"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트럼프 당선시 中 관세 60% 부과…대중 수출 6% ↓ 해리스 당선시 대중 수출 3%↓…EU 동참 때는 5%↓
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된 경제 전망 보고서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한은 조사국은 미국 대선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중간재를 포함한 수출연계생산이 6% 이상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에 오를 경우 대중 수출은 최대 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조사국은 26일 경제전망 일환으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정선영 차장과 정동재 과장, 최준 과장, 안병탁 조사역, 경제교육실 이규환 과장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관련된 우리나라의 수출 영향에 대한 한은의 시각이 처음으로 담겼다.
보고서는 대중 수출연계생산 변화 요인으로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지정학적 갈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수출연계생산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산업연관표의 수출측 해외생산 익스포저 개념으로 중국에서의 최종생산에 쓰일 목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단계의 중간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먼저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을 지정학적 갈등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미·중 통상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중국의 대미 수출과 우리나라에 대한 수입의존도 감소 등을 통해 우리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을 감소시킨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미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은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 과장은 "바이든 정부가 대중 관세 인상을 공언했다는 점을 기반으로 시나리오 분석할 때 해리스가 해당 기조를 이어갈 경우 대중 수출은 3%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여기에 EU(유럽연합) 등이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에 동참했을 경우 대중 수출은 5%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수출과 수출 연계 생산은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이 모든 국가로부터의 수입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해서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시사한 상태다. 최 과장은 "트럼프 당선 시에는EU가 대중 관세 인상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적 요인으로는 대중 수출연계생산 변화에서 최종수요 기여도는 대체로 글로벌 경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봤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의 증가세 둔화는 중국 성장률의 추세적 하락과 내수 부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팬데믹 이후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정부 부채 누증 등으로 중국의 내수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대중 수출연계생산의 하방 요인이 커지고 지난해 말부터는 IT경기의 반등세에 힘입어 다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적 요인으로는 수출연계생산 변화에 있어 생산구조 변화가 2006년 음(-)의 기여도를 보인 후 그 상대적 중요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90년대 후반 섬유·의복, 2000년대 화학·철강, 2010년대 석유제품이, 최근에는 IT산업의 대중 수출연계생산이 구조적 하락세에 접어든 모습으로 평가됐다.
이 결과 생산구조의 변화는 중국의 경쟁력 강화에 따른 중간재 자립도 상승과 생산기지의 동남아 국가 등으로의 이전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아울러 2010년 이후에도 대중 수출연계생산이 매년 GDP의 0.9%씩 평균적으로 증가한 것은 생산구조 변화로 인한 감소 효과(-0.7%)가 수요 호조(+1.6%)로 인해 상당 부분 가려져 온 결과라고 해석했다.
정 차장은 "해당 보고서는 대중 수출에 초점을 맞춰 우리나라의 평균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면서 "대중 수출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수출 다변화를 통해서 아세안 등으로 생산 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총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