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 경쟁 불 붙었다…중산층 세부담 경감 기대감 '쑥'
정부, 최고세율 하향 조정 자녀공제 5억 상향 추진 민주, 배우자 및 일괄공제 확대 중산층 세부담 완화 "초부자 감세보다 배우자 공제 상향 등 개편 바람직"
김동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개편을 공표한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제 한도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법에 나서면서 상속세 완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양측이 제시하는 상속세 부담 경감 방안이 일치할 수 없지만 일괄, 배우자, 자녀 공제금액 상향과 세부담 완화에 방점이 찍힌 만큼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하향 조정하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하위 과표 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한다. 2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40% 세율이 적용된다.
또 자녀 공제를 대폭 늘려 중산층의 부담을 완화를 돕는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 1인당 5000만원인 자녀 공제를 인당 5억원으로 높여 본인 및 배우자 공제를 활용할 경우 20억원의 상속재산도 0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함께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대폭 완화한다. 현행법상 기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은 중소기업과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 제한이 폐지된다.
정부안은 서민·중산층, 고소득층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속세 자녀공제 5억원 확대를 통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최대 10억원 이상으로 완화되고 상속·증여세율 최고세율 인하로 고소득층의 혜택도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0~20억원 수준의 상속자는 기존 세율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만큼 상속세율 조정을 통해 중산층 부담을 낮춘다는 계획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먼저 나온다.
또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한 것은 초고자산가의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대해선 시장에 존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무시했고 실질과세원칙을 위배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엔 민주당도 상속세 경감에 나섰다. 민주당은 현행 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내리자는 입장에는 반대하지만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현행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액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산층의 세부담과 과세대상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고려해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늘려 자식 유무와 상관없이 서울 소재 아파트 10억원 짜리를 물려주더라도 상속세를 내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임 의원은 개정안 발의 이유로 2010년 서울의 피상속인 수 대비 과세대상자 비중은 2.9%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5%로 확대됐고 전국 기준으로는 1.4%에서 6.82%로 늘어났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상속세 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 금액은 1996년 세법 개정 당시 5억원으로 설정된 이후 28년이 된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중산층의 세부담을 조정하고 고령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했을 경우 남은 배우자의 주거안정이나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배우자 상속공제 금액이 조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야당이 상속세 세부담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협의를 거쳐 공제 대상 및 금액 조정, 상속세율 인하 또는 조정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안, 민주당안, 제 3의 합의안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가 세법개정안으로 확정될 공산이 큰데 어떤 방안이 선택되더라도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는 중산층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선 배우자 공제 확대 추진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배우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바람직하지만 최고세율 하향 조정, 일괄 및 자녀 공제 확대 등은 지금 당장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우자 상속의 경우 부부가 경제 공동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배우자 사망시 명의가 넘어가면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다"며 "노부부 사이에서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배우자 공제액 상향은 맞는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상속을 해야 하는 고령층 세대는 자녀가 많은데 지금 자녀공제를 5억원으로 확대를 하면 중산층이 혜택을 보는 지 의문"이라며 "자산과 자녀들이 많은 특정 계층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자녀 공제액을 1억~2억원이 아닌 5억원 수준까지 늘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23년 상속세를 낸 35만명 중 2만명, 상위 6%를 중산층으로 봐야 하는데 이들을 위해 지금 상속세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며 "상속세 개편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초부자 감세를 위한 개편보다 배우자 공제 상향 등을 통해 불합리한 점을 고쳐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