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부채 비율 126.1%…싱가포르 제치고 세계 3위
기업부채 증가폭은 5.2%p↑…세계 2위 가계부채 비율 100.2%로 4년째 1위
남주현 기자 = 긴축 통화정책과 고금리 기조에 우리나라 기업 부채가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불어났다. 가계부채 규모도 여전히 세계 최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위축에 따른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26.1%)은 세 번째로 높았다. 1위와 2위는 홍콩(267.9%)과 중국(166.9%)이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지난 분기만 해도 4위였지만 3분기에는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나 뛰어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한 단계 올라섰다.
증가 폭도 가팔랐다. 우리나라 기업부채 비율은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나 치솟았다.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포인트·58.3→86.9%)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부터 4년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율이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였다. 다만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101.7%)와 작년 3분기(104.8%)보다 각 1.5%포인트, 4.6%포인트 낮아졌다.
기업과 가계 부채에 따른 부담에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8월보다 0.1%포인트 낮췄고, 내년 전망치는 2.2%로 1%포인트 내렸다.
KDI는 수출 회복세에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소비와 투자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KDI 측은 "민간 부채가 크게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는 가계의 소비여력과 기업의 투자여력을 축소하면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