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유전 질환이다

2021-11-10     최윤규 기자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의 원인이 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PCSK9 억제제'에 대한 보험 적용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LDL 수용체의 부족이나 결함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보다 약 2배 이상 높아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이 질환을 앓게되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결국 막히는 동맥경화의 위험이 더 높아지고, 결국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대개 태어날 때부터 또는 아주 어려서부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아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30대가 되기도 전에 심근경색을 겪거나 급사할 가능성도 크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남자 환자 절반, 여자 환자 4명 중 1명이 조기 심혈관질환을 겪고, 심혈관 상대 위험도가 최대 16배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에게는 더욱 엄격한 치료 기준인 70mg/dL를 제시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뇌혈관 질환 간의 상관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일반 환자는 70mg/dL,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의 경우 55mg/dL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지질강하제(콜레스테롤 약) 같은 기존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0mg/dL 미만이 되지 않거나, 기존 LDL 콜레스테롤 수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 경우 PCSK9 억제제를 추가로 사용하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더욱 낮출 수 있다. 에볼로쿠맙은 임상 3상에서 위약군(대조군)과 비교해 더 큰 LDL 콜레스테롤 감소폭을 보였고 목표 LDL 콜레스테롤에 도달한 환자 비율도 유의미하게 높았다.

김부경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은 155~190mg/dL, 심할 경우 200mg/dL 이상의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심장질환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조기 심뇌혈관계 질환을 겪을 위험이 크다"면서 "기존 치료제로 LDL 콜레스테롤 조절이 불충분한 경우, PCSK9 억제제를 병용해서 가능한 빠르게 수치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에볼로쿠맙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보험 적용 요건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국내 건강보험 급여기준 상 기존에 일부 밝혀진 유전자 변이가 고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증빙되거나, 황색종 같은 희귀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 환자 등 매우 제한적으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유전자 변이가 없다고 해서 LDL 콜레스테롤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로 분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전자 검사의 기술적 한계 등으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유전자 변이가 존재할 수 있고, 여러 개의 유전자가 동시에 영향을 미쳐 유전자 변이가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또 대표적인 신체적 증상인 황색종은 힘줄이나 관절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생기는 일종의 종양으로, 발현될 확률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영국, 캐나다에서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확진 기준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와 희귀한 황색종 증빙으로만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정상인 대비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확인되거나 고콜레스테롤혈증·심혈관계 질환의 가족력이 있으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를 비롯한 국내 심장질환 전문가들도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PCSK9 억제제에 대한 신속한 급여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국내 PCSK9 억제제의 급여(보험 적용) 기준에는 의료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일부 환자들이 예방 가능한 심뇌혈관 질환의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정부의 조속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