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손준성, 취재진 눈 피해 공수처 출석

범여권 인사 고발장 작성·전달 개입 의혹 손준성-김웅 연결고리 집중 추궁 예상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연루 가능성 의심

2021-11-02     뉴시스

김지훈 고가혜 하지현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입건 54일 만인 2일 소환조사에 출석했다.

손 전 정책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비공개 출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 차량으로 청사에 출입해 외부 노출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정책관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서 야당으로 넘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범여권 인사 고발장의 작성·전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손 전 정책관을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보고 지난 2개월간 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에 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씨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4월 전달받았다고 밝힌 고발장 사진 파일에 '손준성 보냄'이라고 적혀 있었던 점 등에 주목했다.

공수처는 이같은 정황 증거,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 녹취록,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손 전 정책관과 김 의원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손 전 정책관은 문제의 고발장을 작성하지도, 김 의원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다며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손준성 보냄' 파일 또한 자신에게 들어온 여러 고소·고발장 중 '반송' 처리된 것의 하나일 뿐이며, 이 파일이 어떤 경로로 김 의원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이번 소환조사에서 '손준성 보냄' 고발장 파일이 반송된 것이 아니라 '전달'된 것임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확보하고, 고발장 작성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고발장 작성·전달에 윤 전 총장 등 검찰 '윗선'의 지시나 승인, 아니면 묵인 등이 있었는지도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시절 검찰에서의 손 전 정책관 위치와 역할에 주목하며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윤 전 총장의 이름을 50여회 언급하는 등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0일과 23일 손 전 정책관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각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연루 의혹 인물을 '성명불상' 처리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 비판도 받았다.

따라서 이날 손 전 정책관 소환조사에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의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